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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 얼마전 술 마시고, 물건 세 가지를 잃어버렸다. 핸드폰. 핸드폰 이어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핸드폰은 택시에 두고 내린 거였다. 아저씨랑 협상 끝에 3만원을 드리기로 하고 집 앞까지 와 주셨다. 아는 분에게 '오늘 핸드폰을 택시에서 잃어버렸는데, 아저씨가 3만원에 가져다 주셨어요. 아저씨가 착하신 거 같아요.' 라고 했더니, 3만원 받고 착한 아저씨였다고 하는 세상이라니, 라고 하시더나. 잃어버린 내가 바보인게지. 요즘 핸드폰으로 라디오도 듣고 음악도 들어서 꼭 필요한 게 이어폰인데, 다시 찾을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을 찾아 주문했다. 그런데 이어폰이 너무 엉망이다. 예전 이어폰은 음질 최고였는데, 이번 이어폰은 너무 웅웅 울려서 음악을 잘 들을 수가 없다. 어찌나 예전 이어폰이 .. 2007. 7. 5.
그 사람, 잘 지내고 있을까? 여름, 겨울의 버스정류장을 생각하다. 스물 한 살의 늦가을이였나, 초겨울이였나. 그 사람을 만났다. 울퉁불퉁한 골격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웃어대던 그 사람. 이제는 성이 조씨였나, 이씨였나 기억이 희미한 그 사람. 한 가지 또렷한 기억은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그 사람의 뒷 모습이다. 담배를 피웠던 그 사람은 제법 쌀쌀한 버스정류장에 서서는 자꾸만 타야할 버스를 그냥 보냈다. 한 대를 보내고, 두 대를 보내고, 세 대를 보냈을 때, 피우던 담배를 발 끝으로 껐다. 금방 차를 마셨으면서 한번 더 커피숍에 들어가자고 했다. 따뜻한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시킨 그 사람 손이 떨렸다. 찻잔을 잡은 그 커다란 손이 덜덜덜 떨렸다. 담배를 한 대쯤 더 피웠던 거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말했다. 그 몇.. 2007. 7. 3.
헤이,웨잇 - 노르웨이 어디쯤에 있는 우리들 이야기 헤이, 웨잇... 제이슨 지음/새만화책 조심하세요.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에 상처를 줄지도 모르니... -딜런 호록스 을 만나게 된 건 순전히 김영하씨 때문이예요. 어디선가 김영하씨가 이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한 권 더 사서 이우일씨에게 선물하려고 만난 자리에, 이우일씨도 이 책을 가지고 나왔더라는. 얼마나 좋은 만화책이길래 서로에게 선물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까 궁금해서 냉큼 주문을 했어요. 그리고 저도 세 권을 더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했어요. 이 책은 소중한 사람에게 권해주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제 생애 최고의 만화책이예요. 노르웨이 어디쯤에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예요.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꿈이 있었고, 때로는 용기 있었던. 때로는 무모했고, 때로는 무료했고, 때로는 용기 없었던.. 2007. 7. 3.
슬픈 카페의 노래 - 사랑, 등을 돌리지 말아요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열림원 스무살 갓 지났을 때 내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지금에 와서야 사랑이라고까지 할 수 없었던 감정이였다고 말하지만, 당시 내 가슴은 요동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바짝 다가와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던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선을 긋고 절대 넘어오지 말라하고 뒤돌아섰다. 나는 '왜 사람들은 항상 등만 바라보는 걸까? 마주 보면 좋을텐데' 라고 말했고, 그 아이는 등을 더욱 바짝 세운 채 뒤돌아서 갔다. 슬픈 카페의 노래에는 서로의 등만 보는 사랑들이 있다. 아득하고 무너질 것 같은 등을 마주하고 사랑한다 말하는, 삼각관계라고 표현해버리기에는 너무나 깊은 사랑. 결코 내 앞의 그 사람이 뒤돌아서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사랑, 곧 성큼성큼 앞.. 2007. 7. 3.
두번째 사랑 - 몸이 기억하는 사랑 니가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가끔 익숙한 냄새가 날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럴때마다 조금씩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을 닮은 사람을 본다거나, 우리가 함께 같던 장소에서보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추억은 뭐랄까 좀 더 진하다. 좀 더 깊다. 그럴때는 정말 그 사람이 보고싶어진다. 익숙한 느낌, 익숙한 체취, 익숙한 시간. 두번째 사랑은 몸이 기억하는 사랑이다. 이야기라인은 진부하고 신파적인데, 그것을 담아내는 감성의 장면들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이를 간절하게 가지길 원하는 소피와 돈이 필요해서 비즈니스 차원의 관계를 맺기 시작하던 지하, 두 남녀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단순한 스토리에 투영되는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들. 제일 좋았던 건 둘이.. 2007. 7. 1.
Shopgirl 케이블에서 쇼핑걸을 만났다. 원제가 Shopgirl인데 왜 쇼핑걸로 개봉했는지 모를 정도로 제목이랑은 정말 어울리지 않은 이야기다. 가끔 채널 돌리다 보게 되는 케이블 영화 중에서 괜찮은 것들이 있다. 그냥 한번 볼까, 생각했다가 결국엔 마음이 찡해져서 크레딧까지 끝까지 보게 된다. 샵걸도 그랬다. 마지막에 나오던 대사들, 클레어 데인즈와 스티븐 마틴의 표정. 사랑의 감정들에 대한 잔잔하고 소소한 건조하면서 꼼꼼한 이야기였다. Some nights alone. he thinks of her. And some nights alone. she thinks of him. Some nights these thoughts occur at the same moment. "Just so you know, I am s.. 2007.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