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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우의 영화음악 콘서트
    모퉁이다방 2007. 6. 4. 01:35

     

      나는 빠순이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오빠야들이 몇몇 있다. 그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요 라인. 유지태, 허진호, 조성우로 이어지는 너무나 환상적인 라인.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도 <봄날은 간다>.

       어제 <시네마 인 오케스트라> 공연에 다녀왔다.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듣다가 초대이벤트 멘트를 듣고, 가고 싶은 마음 꾹꾹 담아 신청했는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이 공연때문에 금요일 하루종일 얼마나 설레였는지 모른다. 예전에 이병우의 영화음악 콘서트에도 다녀왔었다. 우리나라 영화음악가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이병우와 조성우. 이병우의 음악은 구슬프고 독특한 느낌이고, 조성우는 아련하고 아름다운 느낌이다. 사실 이병우도 좋지만, 나는 조성우 음악들이 더 좋다. 스크린 속에 이야기들을 따라가고 있다가 조성우의 음악의 첫소절이 흐르기 시작하면 가슴이 탁하고 막히는 벅차는 순간들이 있다. 영화 속에 더 빠지게 만드는 그 마법의 선율들.

       콘서트는 영화 속 장면들을 무대 뒤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오케스트라가 그 영화음악들을 연주하는 형식이였다. 초대석이라 그런지 자리가 2층 거의 뒤여서 무대도 작게 보이고, 스크린도 반이나 잘려서 보였지만, 반밖에 나오지 않는 스크린으로 어떤 장면인지 어떤 표정인지 생생하게 머릿 속에 그려졌다. 이 영화들은 한번, 혹은 두번 세번 보았으니까. 벚꽃 길 위에서 은수가 뒤돌아서 걸어가고 그때의 상우의 희미한 표정, 해변가에서 낯선아이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이 작곡한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된 연희의 막막한 표정, 진국을 사랑하던 연순의 젊은 날의 수줍은 사랑의 모습들, 효신과 시은이 누워있던 눈부신 지붕의 풍경들, 남편의 불륜으로 저지른 교통사고로 죽은 이의 상가집을 다녀오는 길에 도로 위에서 엉엉 울음을 토해내던 서영의 몸짓. 모두가 생생했다.

        조성우는 천재같아. 어떻게 이런 곡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공연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큰 공연에 오를 때마다 떨려서 술을 마시게 된다고 하던 어떤 인터뷰기사가 생각이 났다. 그는 오늘도 술을 마셨을까. 허진호 감독이 무대 위로 올라와 우린 대학동기예요, 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놀라며 웅성거리던 이유, 일찍 빠져버린 머리카락들만큼 얼마나 영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까. 이 날 공연에 축하해주려 온 허진호, 이명세, 김태용, 박흥식, 오기환, 유지태, 손예진. 콘서트가 끝나고 다 같이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겠지. 나도 그쯤에 끼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들.

       너무 빠순이티 많이 냈나? 다녀와서 미니홈피에 가지고 있던 조성우 음악들로 죄다 걸어놓았다. 당분간 또 요 음악들에 빠져서 지낼테다. 아, 나를 꿈꾸게 만드는 음악들.

     2006/07/22 12:48 이글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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