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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포르투갈
    서재를쌓다 2015. 2. 16. 23:45

     

     

        한 편의 영화로 시작해 꽃피우게 된 포르투갈 여행. 올해 꼭 가리라 결심하고 포르투갈어도 배우고 있다. 사실 포르투갈어보다 브라질어에 가깝고, 열심히 하지 않고 있지만. 하지만 이상하게 재미있다. 공부를 안해서 저번 주에는 그냥 그만 다니는 게 어떠냐고 선생님이 말하기도 했지만, 같이 다니는 언니랑도 공통점이 많고,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광화문까지 버스 타고 가고, 거기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종로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도 좋다. 가이드북은 진작에 사놓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월요일 아침에 책장에서 꺼내 가방에 넣고 출근했는데, 지하철에서 리스본이 소개된 페이지를 펼쳐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리스본 사람들은 최고의 부를 경험했고, 바다로 나간 이를 그리워했으며, 최악의 재앙을 함께했다." 이런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 

     

        지난 주에는 포르투갈 관련 책을 두 권 구입했다. 한 권은 포르투갈을 여행한 에세이, 또 한 권은 포르투갈 시인이 쓴 에세이. 포르투갈 시인이 쓴 에세이는 평이 정말정말 좋아서 아껴두고 있다. 먼저 포르투갈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다시, 포르투갈>. 저자는 포르투갈을 여러 번 여행한 사람. 다시 떠난 포르투갈에서 장기여행을 한 기억을 책으로 옮겼다. 그는 스무 도시를 걸었다. 포르투갈 시인이 쓴 책, 포르투갈 소설가가 쓴 책을 좋아하고, 그들의 자취를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 만으로 감격스러운 사람이 여행한 포르투갈 이야기이다. 역시 이 곳도 사람이다. 저자가 여행 중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들은 모두 사람에서 비롯됐다. 착하고 정이 많은 포르투갈 사람들. 저자가 표현한 포르투갈은 "고집스러운 노인의 오래된 일기장" 같은 곳, "수십 년간 변하지 않은, 다시 수 십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 이 책으로 인해 '파두', '사우다드', '포르투 와인'이 전부였던 나의 포르투갈 지식이 조금 더 넓어졌다.

     

     

        좋았던 구절.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번 마주친 사람을 다른 곳에서 또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비두스에서 같은 호스텔에 묵었던 브라질 청년은 보름이 지난 후 포르투의 돔 루이스 다리에서 만났고, 코임브라에서 같이 식사를 했던 호주 노부부는 한 달이 지나 오르셰 미술관 한 조각 앞에서 만났다. 브라질 청년을 본 나는 반가워 소리를 질렀고, 그는 뽕망치로 나를 때렸다. 이런 만남은 무척이나 반갑다. 여행지에서 다시 만난 사람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처럼 스스럼없다. 얼마간 떨어져 지냈지만, 어느새 더 친근하다. 의도치 않은 만남이 도시 풍경과 같이 각인된다.

    p.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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