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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달리는 소녀 - 현재를 살아나가기 위해
    서재를쌓다 2007. 7. 16. 13:56
    영화와 소설의 스포일러 있어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북스토리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가장 궁금했던 건 마코토의 이모 가즈코의 존재. 츠츠이 야스타카의 원작은 이모 가즈코의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봤다.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영화에서 박물관에서 복원사로 근무하는 가즈코 이모의 20여년 전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마코토가 타임 립을 처음 경험하고 놀라 가즈코 이모에게 달려가서 상담을 했을 때 가즈코는 전혀 놀라지 않고 당연한듯 마코토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 또래 여자애들한테는 종종 있는 일이야.
       소설 속의 고등학생 가즈코는 어느 날 마코토와 마찬가지로 과학실에서 타임 립을 경험하게 된다. 호두같은 기계에 멀리, 높이 달려나가면 타임 립을 하게 되는 마코토와는 달리 가즈코는 라벤더향이 나는 한 액체의 향기를 맡고난 후부터 타임 립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가즈코는 위험한 순간에 닥쳐 곧 어떻게 되겠구나,고 생각을 하면 타임 립을 하게 된다.

       영화와 소설 속의 주인공 자체는 다르지만 경험하게 되는 것은 비슷하다. 과학실에서의 우연한 계기로 타임 립을 시작하게 되는 것, 두 명의 남자친구와 친하게 어울렸던 것, 그 중 한 명의 친구가 타임 립으로 미래에서 왔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가 주인공을 좋아하게 된 것. 

       그런데 마코토와 가즈코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마코토는 활달하고 명랑한 외향적인 성격. 치야키와 코스케와 함께 방과 후 캐치볼을 즐기고, 코스케를 짝사랑하는 후배의 마음을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타임 립을 하게 된 이후 그 사실을 너무나 즐겁게 즐긴다. 그런 반면 가즈코는 조심스럽고 부끄럼 많은 내성적인 성격이다. 타임 립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친구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생겼다는 이유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빨리 이 초능력이 내게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영화 속 가즈코의 분위기와 똑같다.

       영화 속 가즈코 이모의 마지막 두 줄의 대사. 넌 나와 다른 성격이라고 늦게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만나러 달려나가는 게 너라고. 가즈코를 좋아했던 미래에서 온 열한살의 친구 가즈오는 미래에서 처음 현재로 왔을 때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심어준 것처럼 미래로 떠날 때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억들을 모두 지우고 떠나야한다고 가즈코에게 말한다. 가즈코는 너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나한테만 남겨놓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다시 만나러 올 거라는 약속을 하고 가즈오는 미래로 사라진다. 사람들에게 심어진, 가즈코에게 심어진 자신의 기억들과 함께. 영화 속에서는 가즈코 이모가 모두 기억하고 있는 듯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가즈오가 미래로 갈 때 모든 기억을 가지고 가 버린다. 그래서 가즈코의 기억에는 가즈오가 없다. 다만 가즈오가 살던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풍겨져 나오는 라벤더향이 무언가 좋은 느낌, 좋은 사람을 언젠가 꼭 만날 거라는 확신을 가져다 준다는 것뿐. 영화 속 가즈코 이모의 학창시절 사진 옆에 라벤다 꽃이 함께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시계와 함께. 

       소설 속 가즈오는 약물실험을 위해 현재로 왔지만, 영화 속 치아키는 한 편의 그림 때문에 현재로 왔다고 말한다. 이 그림이 너무 보고 싶어서. 보고 마음 속에 간직해두려고.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으면서 어쩌면 치아키가 온, 가즈오가 온 미래는 아주 힘든 상황이라고.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졌던 참혹한 시기에 그려진 한 편의 따스한 그림 때문에 시간을 거슬러 올 정도로. 과거로 가는 실험을 하면서 과거로 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그 시대의 무언가로 안정을 찾기는 힘든 세상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지금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걸까? 과거를 복원시키는 직업을 가진 가즈오 이모, 그리고 곧 그와 비슷한 일을 할 것 같은 마코토. 역시 과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그리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나가야 한다는 이야기. 

       소설, 영화 아직 모두 못 본 분이라면, 소설을 본 다음에 영화를 보는 순서가 좋겠다. 솔직히 소설보다 애니메이션이 훨씬 좋았다. 소설에는 타임 립에 대한 설명들이 좀 더 자세하고, 그리고 가즈코 이모의 과거를 먼저 보고, 현재를 보면 아득하고 아련하고 찡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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