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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을 위한 시간
    극장에가다 2015. 1. 1. 18:54

     

     

     

        새해 첫 영화이니, 의미있는 '좋은'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고른 다르덴 형제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결말이 너무 아프지 않길 바랬다. 이건 새해 첫 영화니까. 희망이 있어야 한다. 결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희망도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잘 해나갈 용기를 얻었다. 희망과 절망을 반복해가며 16명의 동료의 집을 주말 내내 방문하면서.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우울증에 걸려 오랜기간 병가를 낸 주인공이 복직을 앞두고 회사로부터 부당한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회사는 그녀의 동료들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니네 보너스 받을래? 아니면 산드라를 해고시킬까? 말도 안되는 양자택일 상황을 제시한다. 동료들은 경제적으로 그리 풍요롭지 못하고 보너스가 절실한 사람들. 보너스가 1년치 가스비며 전기세인 사람도 있고, 보너스로 무너져 가는 집의 보수를 해야 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반장이라는 작자는 동료들을 협박한다. 산드라가 아니면 니네가 해고당할 수도 있어. 사장에게 애원한 끝에 월요일, 산드라의 해고 혹은 보너스 지급 투표를 다시 실시하기로 하고, 산드라(와 그녀의 남편)는 주말 내 동료들의 집을 찾아가 부탁의 말을 전한다. 나를 지지해달라고. 내 생계가 걸린 일이라고. 다시 일하고 싶다고.

     

       영화를 보다가 산드라의 입장을 내 상황에 투영시켜봤다. 내가 산드라의 상황이고, 내가 공덕의 Y씨의 집에, 일산의 J차장님의 집에, U씨의 집에, S씨의 집에, H씨의 집에 찾아가 나를 살려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하는 상황을. 그러자 나는 산드라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이 됐다. 남편이 그녀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부추일 때, 집으로 가서 쉬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완전히 이해가 됐다. 산드라, 그냥 집에 가자, 집에 가서 쉬자, 발 씻고 자자,고 생각했다. 어떤 동료가 집에 찾아온 그녀를 만나주지도 않았을 때 그 갈기갈기 찢긴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들도 언젠가 산드라가 될 수 있는데. 모두들 지금 자신이 산드라가 아닌 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결국 <미생>이고 <내일을 위한 시간>이고 모두 다 빌어먹을 회사 잘못이다. 꽉 막혀서 이익만을 생각하는 회사.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회사. 하지만 장그래도, 산드라도 모두 그 회사 안에서 사람을 만나 희망을 얻었다. 새해 첫 영화로 이 영화를 본 게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 2015년은 희망이다. 이렇게 주문을 걸고,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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