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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원주와 홍천, 춘천 사이
    여행을가다 2014. 9. 18. 20:26

       한달에 한번씩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렇게 해보자, 라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8월에 내가 한 일은 홍천의 오션월드에 간 일.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래서 여름의 제주에서도 한번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던 내가, 이번 여행에서도 다들 물놀이 하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겠노라 선언했던 내가, 물놀이를 한 것. 야외의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고 파도를 즐겼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도넛 모양의 풀장 어디서든 발이 바닥에 닿는 것을 확인하고는 파도를 찾아 다녔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해가 지는 하늘을 올려다 본 것도 8월에 한 일. 안으로 갈수록 발이 점점 닿지 않았던 파도풀에도 도전했지만, 무서워서 얼마 못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떠나면 되겠구나. 그러면 나는 한달에 한번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 이상씩 하게 되겠구나. 이건 8월 중순 여행의 기록. 16일과 17일에 나는 강원도 원주와, 홍천, 춘천에 있었다.

     

     

     

       제천 청풍호수에서 영화와 공연을 보고 밤에 원주로 넘어와 찜질방에서 잤다.

    H오빠가 귀마개를 가져다줬는데, 자리를 이동하면서 빼버리는 바람에 아침에 일찍 깼다.

    어떤 남자 분이 뒤척이며 소리를 내는 바람에 깨서, 목욕탕에 가서 먼저 씻고 나와 있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그건 덥다는 말이었다고. 에어컨을 틀어주니 바로 잠잠해졌다고 했다.

    그 분 덕분에 일찍 일어나 커피 마시며 엽서도 썼다.

     

     

    원주에서 먹은 늦은 아침 겸 점심.

    오픈 시간 전에 도착해서 홍천에서 먹을 음식 장을 보고 다시 갔다.

    푸짐했다. 다시 오길 잘했다.

     

     

     

     

    원주에서 홍천 넘어가는 길. 구름이 예술이었다. 많았고, 높았고, 가까웠다.

    막걸리 반주로 기분도 좋았고, 차 안에서 계속 '행복해졌어'를 흥얼거렸다.

    제천의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원주의 낮.

     

     

    물놀이 전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집념을 보라.

    원주에서 먹은 배가 꺼지기 전이라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고기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다들 먹을 수 있겠다 말했다.

    맛있게 쌈 싸먹고, 물놀이를 하고 돌아와 맥주 한잔씩 하고, <그것이 알고싶다>를 같이 봤다.

    이것도 평소라면 안 보는 건데.

    역시, 우려대로 무척 무서웠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

     

     

    그래서 악몽을 꾸고 맞이한 아침.

    H오빠가 남은 삼겹살과 제천에서 산 깻잎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어줬다.

     

     

    퇴실 시간을 앞두고 롤링페이퍼 엽서를 썼다.

    춘천의 우체통에 각자의 엽서를 넣었고, 그 다음주에 모두 전달받았다.

    주 여행의 기운이 다음주에 그대로 전달됐다.

     

     

    춘천으로 가는 길에 비가 왔다. 춘천에 도착하니 그쳤다.

     

     

    그러고 보니 8월에 처음 경험한 일이 춘천에서 또 있었네.

    닭갈비 먹기 전 (춘천도 닭갈비 먹으러 간 것 >.<)에

    배가 꺼지지 않아 야외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지역 방송이 들렸다.

    비가 많이 와 댐 방류를 시작한다는 것.

    위험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대피하라는 방송이었다.

     

     

    그리하여 우리 눈 앞에 순식간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양의 물안개.

     

     

    사람들이 다리 가운데에 차를 세우고 강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있길래 그리로 갔다.

     

     

    와. 그 자리에 서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엄청난 양의 안개. 생전 처음 보는 풍경.

    근사했다. 풍경도 근사했고, 그 찰나의 순간, 풍경 안에 있는 우리도 근사했다.

     

     

    안개가 순식간에 걷혔는데, 안개가 흥건할 때보다 걷힌 후의 순간이 더 근사했다.

    유럽의 어느 전원 풍경 같았다.

    맑아졌다. 공기도, 강도. 산도, 나무도.

    안개가 찌든 때를 모두 가지고 갔다.

     

     

    그리고 대망의 닭갈비. 빨리 먹고 서울로 이동하는 계획이었는데, 이날 연휴라 어딜가나 손님이 넘쳤다.

    그렇다면 조금 기다리더라도 맛집이라 소문난 데에서 먹어보자고 줄을 섰는데,

    그렇게 기다릴 줄 알았다면 그냥 아무데서나 먹었을 거다.

    그래도 먹을 수 있었고, 맛있었다. 하지만 다시는 그렇게 기다릴 수 없으리.

     

     

        그리하여 끝난 2박 3일의 제천, 원주, 홍천, 춘천 여행. 전인권이 노래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후회없이 사랑했더라고,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라고 말하라고. 새로운 꿈을 꾸자고. 다함께 노래하자고. 멋지시다. 차 안에서 이 노래도 계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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