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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경가족
    극장에가다 2014. 8. 3. 16:30

     

     

        아침이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 해가 떠오르기 전, 한 사람이 숨을 거뒀다. 늙은 남자는 도쿄의 한 병원 옥상에 있다. 지금 막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깨어나기 시작한 도쿄의 아침을 내려다보고 있다. 늙은 남자를 찾아 젊은 남자가 옥상으로 올라왔다. 늙은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말한다. 쇼지, 오늘 니 엄마가 죽었다.

     

        사토시는 진짜 배우가 된 것 같다. 예전에도 잘했지만, 최근의 연기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그의 팬이었던 것이 뿌듯할 정도다. 이 영화에서 사토시가 제일 빛났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내가 첫째 아들이, 첫째 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좀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죽음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 아는 동생의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그 아이의 새 직장 첫 출근날을 앞두고.

     

        영화는 마지막 여행이 된 노부부의 도쿄 나들이 이야기이다. 노부부는 이제 자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어느 순간 고꾸라져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 한때는 자식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던 사람들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남는 삶. 그리고 그 한 사람도 사라지는 삶. 그러면 젊은이들이 이제 늙은이가 된다. 젊은이들은 늙은이들을 젊은이들일 때 이해하지 못하고, 늙은이가 되어 젊은이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될 거다. 그게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말하는 건축가>에서 정기용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해질녘 거실 소파에 앉아 자신만의 죽음의 철학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나 다 죽고, 우리는 그 죽음을 겪어야 하고, 보아야 하니까. 그 죽음'들'을 단단하게 잘 견뎌내려면 자신만의 죽음에 대한 건강한 '철학'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영화에서 여러 죽음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친구 조문을 하러 간 늙은 남자가 죽은 친구 사진 옆의 늙은 여자 사진을 들여다 보고, 친구의 부인에게 누구냐고 물어본다. 부인은 어머니라고 하며 몇월 몇일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자 늙은 남자는 그 죽음을 바로 알아차린다. 쓰나미. 남자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담아 손을 모은다. 우리도 그러지 않을까. 누군가 2014년 4월 16일 자식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죽음 앞에 마음을 담아 다시 손을 모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꼭 비가 올 것 같았다. 하늘이 그랬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마음이 이상했다. 많이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복작거리는 홍대 합정길을 걸었다. 그날, 하늘은 내내 머금고 있다가 새벽에 살짝 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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