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위화 - 제7일
    서재를쌓다 2013. 9. 14. 23:32

    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푸른숲

     

     

        위화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과거를 가진 작가일까.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새삼, 그게 궁금해졌다. <허삼관 매혈기> 를 읽고 엉엉 울었었다. 언제 그 책을 읽었는지,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오래 전 기억이라 자세하게 떠오르지 않는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은 있다. 내겐 <허삼관 매혈기>의 절판된 하얀 표지의 책도 있고, 새로 개정된 빨간 표지의 책도 있다. 같은 내용인데 이 책만은 두 권 다 가지고 있다. 한 권도 처분을 하지 못하겠다. 흰색의 조금은 촌스런 절판된 책에 더 정이 가긴 한다. 처음 읽었던 판본이니까. 그렇게 위화의 책을 만난 뒤로 예전에 썼던 책을 읽기도 했고, 후에 출간된 책도 읽었다. 모든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그의 모든 책은 애정을 가지고 읽었다. 이번엔 <제7일>. 이승에 대한 이야기이고, 역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잘 읽힌다. 요즘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책이 잘 안 읽혀서, 출근하면서만 책을 읽고 있는데. 셔틀에서도 내내 읽었다. 금새 읽었다. 나름 곱게 화장을 하고 나왔는데, 출근길에 자꾸 눈물이 나서 혼났다. 그것도 그렁그렁 맺히는 게 아니라 뚝뚝 떨어져서 혼났다. 사실 나는 <허삼관 매혈기> 후 (내가 읽은 기준) 그의 최고의 책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제7일>도 <허삼관 매혈기>보다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위화가 60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54살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기 전에 위화가 이렇게 나이가 먹은 줄 몰랐다. 그도 내년이면 55살이 되고, 내후년이면 56살이 된다. 그리고 내가 마흔이 코앞이듯 그도 환갑이 코앞이다. 아,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위화는 어느덧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나이가 되었던 것 같다. 주위에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들도 한 둘, 혹은 더 많이 있었을 것 같다. 저승은 어떤 세상일까 궁금했을 것 같다. 그리고 상상해봤을 것 같다. 매일매일 말도 안되게 일어나고 있는 여러 뉴스에도 귀를 기울였던 것 같다. 어쩌면 세상이, 인간들이 이럴 수가 있나 가슴을 쳤을 것도 같다. 내 생각에는, 이 소설은 그렇게 나온 소설인 것 같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의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영원한 인연을 다시 찾은 7일간의 이야기'라고 표지에 적혀 있다. 주인공이 있다. 주인공은 기차가 달리는 중에 태어났다. 그의 친어머니는 아이가 나오는 줄도 몰랐다. 그저 배가 아팠고, 다른 용무인 줄 알고 힘을 줬다. 아이는 기차선로에서 태어났다. 기차역에서 근무하는 아버지가 주인공을 발견했다. 그의 나이는 아주 어렸다. 스무살 즈음이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키운다. 젖동냥을 하며 자기 자식처럼 키운다. 아버지에게 한 번, 결혼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여자는 주인공을 부담스러워 했다. 아버지는 정말 정말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아이를 버리기로 한다. 하룻밤 아이를 버린다. 정말 버렸다. 그런데 다음 날 아버지는 후회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닫는다. 세상에. 세상에. 아이를 버린 그곳에 다시 가 아이를 찾는다. 소설은 주인공이 죽은 후 7일간의 이야기이다. 7일 안에, 주인공과 아버지는 재회한다. 저승에서의 재회. 아버지는 삐쩍 마른 해골이고, 아들은 죽음의 여파로 입도 코도 눈도 제 위치에 있지 않지만, 두 사람은 이제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 죽음이 이들을 갈라놓을 수 없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언제든 손을 맞잡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재회했을 때 서글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위화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곳은 기억의 땅, 이해의 땅, 용서의 땅, 위안의 땅, 평등의 땅.

     

        아, 나 정말 이 글을 쓰면서야 위화의 현재 나이를 계산해봤다. 내가 아는 위화의 글은 쉽다. 그가 전하는 메세지도 쉽다. 그런데 그 파장은 깊고 길다. 강하다. 오래 간다. 그가 건강해서 더 많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려줬음 좋겠다. 나는 분명한 그의 팬. 아버지는 말한다.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조금도 두렵지 않단다. 내가 두려운 건 다시는 너를 못 보는 거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