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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티비를보다 2013. 8. 30. 22:56

     

     

     

     

     

        생협에서 맥주가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네 두레생협에 갔는데, 거기가 아닌가봐. 맥주가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구경하고 나왔다. 플레인 요구르트도 맛나 보이고, 아버지 두부도 맛나 보이고, 여러가지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빈 손으로 나왔다. 파리빠게뜨에 들러 호밀식빵을 사고, 정육점에 들러 왕란 한 판을 샀다. 시금치도 사고 싶었는데, 짐이 너무 많아 멀리 가질 못하겠어서 실패. 아무래도 생협에서 팔던 치즈는 사 올걸 그랬나보다. 만원이 넘어서 바로 진열대에 놓아버렸는데, 정말 건강해 보이는 동그랗고 커다란 치즈 덩어리였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까지 이 드라마를 봤다. 제목이 아주 길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이게 다 제목이라니. 흐-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입 안에 침은 고이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주인공. 주인공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계셨다. 마침 회사에서 엉뚱한 부서로 발령이 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의 가게를 운영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찌어찌하여 용기를 내어본다. 리모델링을 하고, 자신 있는 메뉴부터 시작해보기로 한다. 메뉴는 건강한 샌드위치와 정성스런 스프. 오늘의 샌드위치 두 가지가 있고, 빵은 세 가지 중에 고를 수 있다. 스프는 하나. 오늘의 스프. 조금 엉거주춤해보이기는 하지만, 성실하고 편안한, 키가 큰 여자아이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가게는 개업하자마자 잘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 들러 빵과 스프를 먹고 고개를 끄덕이며 행복한 미소를 보인다. 오이시이. 주인공과 키가 큰 여자아이는 그 날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지면 가게 문을 닫는다. 어떤 날은 앞집에 들러 커피를 함께 마시기도 하고, 어떤 날은 조금 더 걸어가 맛있는 안주에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수박>의 대사처럼. 나 이렇게도 괜찮을까요? 그러면 그러니 좋아, 라는 식이다.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내 온 사람처럼 그렇게 한 테이블에 앉아 한 사람은 맥주를, 한 사람은 청주를 마신다. 각자의 취향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1시간씩 총 4화인데, 마지막 회에서는 왠지 눈물이 고였다. 사람들이 맛있는 표정을 보일 때, 늘 혼자 술을 마시던 주인공의 식탁에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별 것 아닌 말에 뒤로 넘어갈 듯 커다랗게 웃으며 고기와 술을 마실 때. 그래, 이렇게 사는 게 맞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속도대로. 누구도 틀린 사람은 없지. 느리다고 뭐라 하면 안 되는 거지. 이런 생각들.

     

        샌드위치들이 다 맛있어 보였지만, 제일 간단해 보이기도 했고, 맛있어 보이기도 했다. 요즘 몽글몽글한 스크램블이 참 좋다. 내가 하면 다 말라 버리지만. 드라마 속 샌드위치는 이렇다. 센 불에 데친 시금치를 볶는다. 소금도 넣고 후추도 넣고, 적당하게 간 하고. 스크램블 에그를 만든다. 몽글몽글, 촉촉하게. 빵 위에 스크램블을 얹고, 시금치 볶은 걸 얹고, 그 위의 치즈, 그 위에 빵. 시금치는 없으니 그냥 몽글몽글 촉촉한 스크램블 만들어서 먹어보려고. 왠지 아침이랑 어울리는 샌드위치 같다. 맛있어야 하는데. 빨리 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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