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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서재를쌓다 2013. 6. 17. 21:24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문학사상사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출판된 후에,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소설이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라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 작품이 소설로 통용된다면 누구나 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적어도, 그런 말을 한 사람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지 않았다. 아마 써야 할 필연성이 없었던 것이리라. 필연성이 없으면 - 가령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 아무도 소설 따위는 쓰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썼다. 그것은 역시 내 안에 그럴 만한 필연성이 존재했다는 뜻이리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최종 심사에 올라갔다고 <군조> 편집부의 M씨가 알려준 날의 일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른 봄 일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이미 서른 살이었다. 그 무렵에는 신인상에 응모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으므로 (송고를 한 것은 가을이었다) 전화가 걸려와 최종 심사까지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무척 기뻤다. 나는 작가가 되어 여러 가지 기쁨을 경험했지만, 그때처럼 기뻤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정작 신인상을 받았을 때도 그처럼 기쁘지는 않았다.

       그 전화를 끊고 아내와 둘이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센다가야 초등학교 앞에서, 날개에 상처를 입어 날지 못하는 비둘기를 발견했다. 나는 그 비둘기를 두 손에 감싸 들고 하라주쿠까지 걸어가, 오모테산도 파출소에 신고했다. 내내 비둘기는 내 손 안에서 파르르 떨었다. 그 아스라한 생명의 증거와 온기를 나는 지금도 손바닥으로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귀중한 생명의 향기가 사방에 충만한 따사로운 봄날의 아침이었다. 신인상을 받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예감으로.

        그리고 나는 실제로 상을 받았다.

    p.156-157 작가의 말.

     

       

         에세이를 읽다 갑자기 첫 소설이 생각나 다시 꺼내 읽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고 책을 덮는데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장마란다. 역시 이 소설은 작가의 말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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