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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서재를쌓다 2013. 5. 20. 23:03

     

     

     

        나는 보도자료를 읽는 일을 한다. 아니다. 보도자료를 옮기는 일을 한다. 아무튼. 이 책의 보도자료를 봤다. 아니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샀다. 어제, 권여선의 소설집을 다 읽고 뭘 읽을까 고민하다가 여러 책들을 꺼내 놓고 누웠다. 이 책 저 책 뒤적거렸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금방 잠이 들었다. 손에서 책이 빠져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꿈이었는데 배경음악이 있었다. 무지하게 슬픈 음악이었다. 뻔하고 비극적인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처럼 소리가 무척 컸다. 그래서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내 앞에 아빠가 있었고, 삼촌들이 있었다. 아빠가 내 앞을 그냥 지나갔다. 그러자 삼촌들이 여기 큰딸 있네, 그랬다. 그런데 아빠가 나를 못 알아봤다. 누구쇼, 그랬다. 깜짝 놀라 아빠 손을 덥석 하고 잡았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났다. 아빠는 계속 나를 몰라봤다.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서 벌떡 눈이 뜨였다. 다행이었다. 꿈이었다. 동생이 조그마한 등 하나를 켜두었더라. 깜깜했으면 그대로 엉엉 울어버렸을 지도 모를 새벽이었다.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을 옆에 두고 자서. 이 책을 뒤적거리다 자서. 아침 출근길에 이 책을 다 보았다. 그리 슬픈 책은 아니다. 따뜻한 책이다.

     

        사실 어제의 그것은 꿈이었지만, 마냥 꿈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빠에게, 삼촌들에게, 누구쇼, 하는 우리 할머니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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