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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서재를쌓다 2013. 1. 27. 22:22

     

        

     

        친구가 마스다 미리 3종 세트를 샀다. 너무 좋다면서 내게도 빌려줬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감흥이 덜했고, 나머지 두 권이 무척 좋았다. <주말엔 숲으로>를 보면서는 내게도 숲 가까이 사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말마다 가기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친구. 친구는 내게 그럴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니가 그렇게 시골에 살면 좋겠다. 내가 주말마다 니네 집에 놀러가고. 만화처럼. 나도나도. 낮에는 숲에 다녀오고, 신선한 채소로 가득한 저녁을 함께 만들어 먹고, 목욕을 한 뒤 달이 보이는 마루에 앉아 병맥주를 나눠마시는 그런 주말.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주말엔 숲으로> 보다 더 좋았던 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서른 넷이 되었고, 애인도 없고, 결혼할 마음도 없고, 그렇지만 혼자 늙는 건 걱정스러운 나. 그런 내게 이 만화는 괜찮지 않을까, 라고 말해준다. 오늘 N언니를 만나 12층의 극장 로비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와인을 마셨는데, 먼저 이 만화를 본 언니가 그랬다. 결국 답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고. 우리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중년의 실버타운과 고독사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 만화를 떠올리며 행복해했다. 결혼을 하든, 결혼을 해서 애가 있든, 애인 없이 혼자 살든, 애인이 있고 혼자 살든 모두가 외롭다는 걸 이 만화를 이야기한다고, 언니가 말했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들어와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감사했다.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음에. 내게는 낮술을 할 수 있는 사람,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사람, 좋아하는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여행을 함께 갈 수 있는 사람, 언제든 놀러간다 그러면 재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좋다. 일요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영화를 보고, 집에 들어왔다. 지금 나는 충만하다, 라고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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