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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년
    모퉁이다방 2012. 12. 5. 00:12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Y언니를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우리는 처음에 극장에서 만났으니까, 언제나 영화가 함께 하니까, 간만에 만나 멋진 에단 호크가 나오는 <살인 소설>을 보자 했다. 그런데 한 주가 지나니 극장에서 다 내렸더라. 그 날은, 그냥 영화없이 만났다. 다음에는 뭘 볼까 하다가 <26년>을 보기로 했다. 다행이 <26년>은 개봉 첫 주부터 잘 나가고 있었다. 합정에 새로 생긴 영화관에 처음 갔다. 이런저런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궁시렁거리며 연어 우동을 먹고 구운 명란 오니기리를 하나씩 먹었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극장에 들어갔다. 어라. 엄청나게 좋은 커플석이 떡 하니 극장 중간에 줄줄이 있다. 누구를 위한 극장인가, 를 외치며 영화를 봤다. 평대로 지루하진 않았다. 중반까지는 푹 빠져서 봤는데, 후반부가 너무 실망스러워 이해영 감독 생각이 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계속 앉아 있었다. 혹시나 끝나고 뭔가 나올까봐. 영화를 후원한 사람이 몇 명이었더라. 아무튼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닉네임이 끊임없이 올라갔다. 나는 중간에 화장실이 너무 급해 나와버렸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언니가 안 나왔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고. 엔딩 크레딧을 다 본 언니는 한참 뒤에 나왔다. 뒤에 뭐 있었어요? 없었어. 어쨌든 정말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니 얼마나 좋던지. 주말에는 누워서 티비를 끼고 살았다. 무한도전도 보고, 무자식 상팔자도 보고, 키친 파이터도 보고.

     

        이천십이년이 간다. 십일월에는 아무 것도 못했지만, 인상깊은 문장 몇 개를 마음에 담았다.

     

    - 눈 내리는 밤, 문을 닫고 금서를 읽는다. <금서의 재발견>

     

    - 술은 말의 예비자이며, 말의 부피를 불리는 희한한 공기이다. - 김현

     

    - 작가는 자신이 인생에서 발견한 것을 글로 쓰는 사람, 아무리 무참한 실패작이 될지라도 작가는 그것을 써서 발견자로서의 책임을 진다. - <지옥설계도> 이인화

     

       남은 날들, 좀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열심히 쓰기로 했다. 그것이 남은 올해의 목표. 그나저나 <살인소설>을 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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