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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밑줄긋기_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서재를쌓다 2012. 11. 17. 23:11

     

     

     

       지금 거론한 예는 하나같이 장난 같지만, 같은 방식으로 진지하게 소설을 쓴 적도 있다. 처음에 쓴 두 개의 단편소설 <중국행 슬로보트>와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는 둘 다 제목을 먼저 붙였다. 그뒤에 이런 제목으로 단편소설을 쓰면 어떤 얘기가 될까 하고 생각했다.

       보통은 순서가 반대다. 먼저 이야기가 있고 나중에 제목이 붙는다. 내 경우는 그렇지 않고 먼저 틀을 만든다. 그리고 '음, 이 틀 속에 어떤 얘기가 들어갈까?'를 생각한다.

       왜 그랬는가 하면, 그 당시 쓰고 싶은 것이 특별히 없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고 싶은데 쓸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인생 경험도 아직 부족했고, 그래서 먼저 제목을 지어놓고 그 제목에 맞는 얘기를 어디선가 끌어왔다. 즉 '말장난'에서 소설을 풀어내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 건 문학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태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렇게 해서 글을 쓰는 동안 저절로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것'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쓰는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형태를 띠지 않았던 것이 서서히 제대로 된 형태를 띠어갔다. '처음부터 이걸 써야 해' 하는 <게공선>적인 사명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문학에서는 자연스러움 역시 사명감만큼이나 중요한 게 아닐까 하고, 으음, 그냥 생각해본다. 그럼 또 다음에.

    p.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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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에는 책도 거의 못 보고, 영화도 한 편도 못 봤다. 그러니 마음이 황량하고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짜증이 났다. 이제 바쁜 시기는 지났고, 열심히 책을 읽고 영화도 볼 때. 술은 좀 줄여야지. 최근에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는 좀 심심했다. 싱거운 느낌. 그래도 저 페이지에는 체크를 해 뒀다. 오늘, 어떤 사람이 결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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