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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에게의 편지
    극장에가다 2012. 8. 5. 20:40

     

     

       자막버전으로 봤는데, 그러길 잘했다. 부천에 갔을 때, Y언니가 그랬다. 이 영화가 의외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어떤 사람들은 울었다더라고. 그래서 어떻게든 이 애니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요즘 좀 울고 싶거든. 길을 걷다가, 계단을 오르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밥을 먹다가 그런 순간들이 내게 온다. 아, 나 좀 울고 싶다. 어제 이 영화를 건대에 가서 봤다. 건대 안에 극장이 있다. 조조로 딱 한 타임만 하길래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밥을 챙겨먹고 서둘러 나갔다. 정말정말 더운 여름이다. 이런 더위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름의 한 가운데. 나와 다른 여름을 보내고 있는 모모의 이야기를 보고, 나는 좀 울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음이 철컹하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울고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한글 제목은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인데, 영화를 보니 일본어 제목은 모모에게의 편지였다. 모모는 얼마 전 아빠를 떠나보냈다. 갑작스런 사고였다. 모모는 마지막으로 아빠와 나눈 대화가 마음에 걸린다. 아빠와 엄마의 결혼기념일을 위해 공연티켓을 준비했는데, 아빠에게 갑자기 일이 생겼다. 모모는 티켓을 샀다는 걸 말하지 않고 오늘만 안 가면 안되느냐고 한다. 아빠가 오늘만 이해해달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하자, 화가 나 티켓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안 돌아와도 돼'라고 말하며 방을 나가버린다. 그게 아빠와의 마지막이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아빠 방에 들어가서 서랍을 보는데, 거기에 '모모에게'로 시작하는 아빠의 편지가 있다. 그런데 그것 뿐이다. '모모에게'. 아빠는 뭔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텐데, 그것 뿐이다. 모모에게. 모모는 그 종이를 뜯어서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가끔씩 꺼내서 가만히 바라보곤 한다.

     

        영화는 남편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모모의 엄마가 모모를 데리고 어릴 때 요양한 적이 있는 섬으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한다. 삼촌과 숙모의 오래된 집의 별채에서 살게 된 모모는 이 섬이 싫다. 엄마가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해 매일 집을 비우는 것도 싫다. 혼자 먹는 밥도 싫다. 아빠는 하늘나라로 갔는데, 엄마가 씩씩한 것도 싫다. 새로 사귄 섬 친구들은 다리에서 다이빙을 잘도 하는데, 자신은 겁이 나서 뛰어내리지 못하는 것도 싫다. 그런 모모에게 어느 날 요괴들이 눈에 보인다. 처음에는 요괴들을 보고 무서워 달아나기 일쑤였지만, 어떤 계기로 요괴들과 친구가 된 모모. 모모와 요괴들은 땀을 흘리며 잊을 수 없는 여름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어마어마했던 태풍이 지나간 뒤, 모모는 다이빙에 성공한다. 그건 무더운 여름이 지났다는 이야기고, 아빠를 떠난 보낸 모모가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다. 모모는 밝아졌고,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성장했다. 다이빙에 성공한 모모에게 친구들이 그런다. 야, 너 멋있다. 너 같이 빨리 성공한 아이는 처음이야. 섬 아이가 다 됐구나. 모모가 웃는다. 물 속에서 아주 해맑게. 자신이 보낸 그 해 여름 같이. 건강하게. 요캇따, 모모.

     

        다행이다. 이 영화를 놓치지 않고 한 여름의 극장에서 보아서. 내게 여름이 남아 있어서. 나도 남은 여름, 모모처럼 건강하고 밝아지고 아주 조금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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