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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더 앤 차일드 - 그녀의 편지
    극장에가다 2011. 10. 26. 21:27



        내내 잤다. 6시쯤 한 번 깨고, 9시쯤 한 번 깨고, 12시쯤 한 번 깨고. 3시에야 정신을 차렸다. 은행에 가서 동생이 모은 동전을 바꾸고, 마트에 가서 믹스커피랑 파인애플 사고,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를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새로 생긴 커피집에서 라떼를 샀다. 커튼 내리고 불 다 끄고 라떼 마시면서 이 영화를 봤다.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는데, 개봉관이 적어 놓쳤다가 이제야 본 영화. 원래 오늘 광릉수목원에 다녀오고 싶었다. 배가 아파 내내 잠만 잤는데, 다행이었다. 이번 휴가는, 이 영화 하나로 충분했다. 아네트 베닝의 주름이 아름다웠다. 

        아네트 베닝은 14살에 나오미 왓츠를 낳았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딸은 바로 입양되었다. 나오미 왓츠는 새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새엄마와는 연락도 않고 지내지만 성공한 변호사다. 하지만 그녀는 외롭다. 아네트 베닝은 날마다 딸에게 편지를 쓴다. 부치지는 못하는 편지. 어느 날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그녀는 말한다. 당신이 어떻게 내게 온걸까. 천사같은 남자는 딸을 찾아보자고 한다. 더이상 후회하지 말자고. 어쩌면 그 아이도 당신을 찾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아네트 베닝은 결심한다. 이름도 모르지만, 그 아이를 찾아보자고. 입양기관에서는 편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그 아이도 엄마를 찾고 싶어 이 기관에 찾아오게 되면, 그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될 거라고. 그리고 연락하는 건 그 아이의 선택이라고. 아네트 베닝은 묻는다. 그러면 그 아이도 지금의 자기처럼 언젠가 이렇게 왔을 수도 있겠네요. 왔지만 편지를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편지를 남긴다. 편지는 실수로 파일 안에 담겨지지 않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지 못한다. 영원히. 마더 앤 차일드. 

       "난 네가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새 신을 신은 것도 보지 못했구나. 초경은 언제 했니? 그때는 누가 도와줬니? 설명은 제대로 해줬니? 내가 빗소리를 듣던 그날 밤 너도 그 빗소리를 들었니? 넌 무엇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니?"

        좋은 배우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완득이>도 좋았다. 유아인의 표정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가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의 팬이 되기로 했다. 완득이에게는 시합에 지고 있을 때, 그래서 맞아터지고 있을 때 미소짓는 스승이 있다. 완득이가 부러웠다. 그런 스승이 곁에 있어, 그애는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테니까. 이제 <비우티풀> 보는 일만 남았다. 오늘 비가 내려주었어도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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