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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셋, 로맨스가 필요해
    티비를보다 2011. 8. 7. 21:32

     
       7월, 이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 <섹스 앤 더 시티>랑 <달콤한 나의 도시>를 따라한 게 분명한 드라마. 오프닝 음악을 들어보면 <섹스 앤 더 시티> 멜로디로 시작해서 <달콤한 나의 도시> 멜로디로 끝난다. 그런데 괜찮게 따라했다. 뒤늦게 이 드라마에 푹 빠져서 한 편에 700원을 주고 일요일 내내 봤다. 그리고 본방사수. 서른 세살, 여자들의 이야기. 십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 선우인영, 첫날밤을 위해 아끼고 아끼는 강현주, 한 남자에게 구속받길 원치 않는 박서연. 어제 마지막 회를 봤다. 결국 선우인영은 나의 예상대로 두 번 바람핀 경력이 있는 십년 사귄 남자친구 성수에게로 돌아갔다. 또 다른 결말도 예상했었는데, 그건 성수에게도 성현에게도 돌아가지 않는 것. 그건 서른 세살의 여자에게 해피엔딩이 아닌 걸까. 

        이 드라마에서 제일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3화에 나온다. 십년 사귄 남자친구 성수는 영화감독으로 성공했다. 이제 그에게 차도 생기고 집도 생겼다. 선우인영은 성수의 집에 초대받는다. 집들이 선물을 사러 간 선우인영. 커피메이커를 고르는데, 매장 직원이 추천해 준 어마어마한 성능의 커피메이커는 삼백만원이 넘는다. 그리고 고 옆에는 선우인영의 집에도 있는 심플한 성능의 커피메이커가 있다. 선우인영은 늘 가지고 다니는 적금통장을 꺼내 본다. 그리고 아담한 커피 메이커를 선택한다.

        성수의 집에 가서 이곳저곳 신나서 구경하고 있는데 불청객이 등장한다. 성수와 함께 영화를 찍는 스물 두살의 귀여운 여배우 강희. 그 아이는 성수를 좋아한다. 십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들이대는 아이. 그 아이가 인영이 적금통장 보고 포기했던 그 삼백만원짜리 커피메이커를 들고 등장한다. (아, 화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집에 돌아간다면서(더군다나 바로 밑층에 산단다) 비상계단이 무섭다고 데려다 달라는 스물 두살의 그 아이. 막무가내로 성수를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 선우인영은 갑자기 불안해져 복도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다. 성수는 막무가내인 그 아이를 뿌리치고 있는데, 선우인영은 갑자기 눈물이 난다. 지금은 저렇게 뿌리치고 있지만, 언젠가 저 어리고 귀엽고 당돌한 매력에 그가 넘어가 버릴 거라는 걸 알기에. 서른 세살의 여자가 슬리퍼 차림으로 펑펑 운다. 

        내게 곧 서른 세살이 온다. 여전히, 로맨스가 필요한 서른 세살이 온다. 오늘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머리가 어깨를 넘어오면 이건 내 머리가 아닌 것 같다. 아, 그것보다. 서른 세살 보다 더 두려운 월요일이 내일 오는구나. 태풍도 오고. 미용실 언니가 삼푸를 하고 오래오래 헹구라고 했다. 맑은 물이 나와도 삼푸가 다 씻긴 게 아니라고. 린스는 한 번만 짜서 손바닥에 골고루 묻힌 뒤 머리 끝에만 살짝 바르고, 그것도 오래오래 헹구라고 했다. 오래오래. 로맨스가 필요해가 없는 월요일. 서른 두살의 여자는 CSI나 보며 잠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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