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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토시의 얼굴 - 악인
    극장에가다 2011. 6. 17. 22:45

        <고백>의 경우 영화가 별로였다. 소설을 읽고 영화도 좋다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내게 <고백>은 왠지 멋부린 영화였다.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여서 소설 쪽이 훨씬 좋았다. <악인>의 경우, 영화가 더 좋았다. 영화 쪽이 훨씬 담백했다. 영화를 보고 다시 소설을 뒤적거렸다. 그래, 나 이 소설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 길어서. 긴 만큼 사족이 많이 붙는 거 같아서. 그게 요시다 슈이치스럽지 않아서. 이 책에 요시다 슈이치의 사인이 있다. 직접 받은 것. 너무 정직해서 좀 실망했던 사인. 2009년 5월 16일의 글씨. <악인>은 영화가 더 좋았다. 요시다 슈이치가 직접 이상일 감독을 추천한 거라는 기사를 읽었다. 참 잘한 선택이다 싶었다.

        일요일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상영시간표가 거지 같앴다. 그냥 구색만 맞춘 시간표. 쿵푸 팬더에 엑스맨에 잭 선장에 다 밀리고. 왜 이런 주에 개봉을 한 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볼 영화가 없었는데. 이번주 주말이 아니면 영화가 내릴 거 같아서 북적대는 왕십리까지 갔다. 그 수많은 커플과 가족들은 팬더랑 엑스맨 보러 가고, 악인 개봉관은 썰렁하더라. ㅠ

        영화를 보면서 아, 사토시를 연발했다. 한때 내가 격하게 사... 사...(!) 아꼈던 사토시. 이상한 영화들에 출연하고 드라마도 안 하고 해서 외면했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얼굴에 미소 하나 없이, 완벽한 유이치로 돌아왔다. (어릴 때는 이런 분위기의 남자를 좋아했었다.) 사토시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외로운 사람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하더라. 쓸쓸하고 외로웠고 고립되어 있었던 아이.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 사납게 분노하는 아이. 그렇기 때문에 미츠요가 손을 내밀었을 때 당황했던 아이. 미츠요가 일하는 가게에 들어와 미안해서, 하루종일 미안한 마음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 쓸쓸한 아이. 어떤 기사의 제목처럼, 정말 사토시에게 이런 얼굴이 있다.

       영화를 보고 씨네21 기사를 읽었는데, 사토시가 그렇게 울었단다. 이 영화로 상을 받았을 때, 그리고 첫 시사회 때. 원래 그렇게 눈물이 많지 않다는데, 옆에서 민망할 정도로 막 울었단다. 그리고 이상일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사토시에게 너는 이 영화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이 영화가 실패하면 넌 다시 부활할 수 없다, 그랬단다. 역시 사토시가 그동안 힘들었던 거였다. (오래간만에 검색해보니 시바사키 코우랑도 헤어졌더라. >.<)  그 말을 들은 사토시가 감독님도 <훌라걸스> 이후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마찬가지다, 라고 했다고. 귀여운 사토시. 후카츠 에리는 드라마 <슬로우 댄스>에서도 비슷한 직업이었는데. 두 사람 은근 잘 어울린다. 

       <악인>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건 사토시의 쓸쓸한 얼굴 때문. 이상하게 계속 그 쓸쓸한 얼굴이 생각이 난다. 고현정은 외로운 건 타의적인 거고, 선택사항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고독한 건 다르다고 했다. 그렇다면 유이치는 외로운 걸까. 고독한 걸까.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를 품은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버스를 탔다. 마음이 왠지 편안해졌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요시다 슈이치는 새 소설 언제 내나 생각했고, <슬로우 댄스>를 다시 봐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다시 고현정. 외롭고 쓸쓸함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주 씨네21 장기하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장기하는 군대에 있을 때 즐겁지 않았다고 했다. 불행했지만 얻은 게 많다고 했다. 그러니까 고현정이 되뇌었다. "불행했는데, 얻은 건 많다... (곰곰) 그거 괜찮네요." 고현정은 묘한 매력이 있는 인터뷰어인 것 같다. 결론은 여름이 왔고, 사토시 사...사(!)... 아낍니다. 좋은 작품에서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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