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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사랑너의사랑칭따오
    모퉁이다방 2011. 6. 8. 21:53




        음식이 익는 동안 조지는 냉장고에서 큰 맥주병 하나를 꺼냈다. 내가 산 알코올 도수 높은 값싼 맥주가 아니라 중국 맥주 칭다오였다. 조지는 내가 상표를 살피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맥주는 바로 그거야. 값이 비싼 게 흠이지만."
        그는 선반에서 유리잔 두 개를 꺼내면서 말했다.
        ( . . . )
        저녁이 준비되자 우리는 맥주잔을 앞에 놓고 식탁에 앉았다. 조지는 식사를 하는 동안 버터를 잘게 썰어 입에 넣었다. 주방 상태 때문에 회의적이었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나는 그릇을 재빨리 다 비우고 나서 더 담았다.
         사이먼을 축출하는 임무에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도 조지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나는 기운을 얻었다. 식사를 마치고 칭다오가 한 병 더 나오는 걸 본 나는 용기를 내서 필터 없는 담배의 남자와 잃어버린 버나드 쇼 책에 대해 털어 놓았다. 예상대로 조지는 화내기보다 즐거워했다.
        ( . . . )
        조지는 나에게 그 남자를 눈여겨보고 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것은 좋지만 다른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중국 맥주를 또 한 병 땄다. 그동안 캐나다인다운 주량을 자랑해온 나였지만 지금은 나보다 예순 살 더 많은 사람을 따라잡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네 취했군." 
       조지가 두 잔을 더 따르면서 소리쳤다. 맥주 거품이 넘쳐 테이블을 적셨다.
        "부끄러워해야 해. 평일 밤에 취하다니."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시공사
     - p.129-131


    *

       칭따오 맥주하면 생각나는 책. 이 책 읽는 내내 칭따오 맥주 마시고 싶어 혼났던 기억이 있다. 조지하면 칭따오, 칭따오하면 조지. 월요일에 칭따오 맥주를 원없이 마셨다. 건대에 양꼬치 거리가 있었다. 양고기에 냄새가 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와, 중국 애들은 이런 꼬치를 그 자리에서 100개 먹는다는 말을 즐겨하는 친구. 친구는 중국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다 왔다. 우리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와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를 함께 읽었고, 일본어 학원을 2개월 같이 다녔다. (나머지 3개월은 무기한 연기 상태. 일본어는 쉬운 줄 알았어요. ㅠ) 거기에 술 마신다고 토익 못 본 철오빠가 합류했다. 토익을 못 보면, 그것도 좋은 점수를 못 따면 회사 잘리는데 용감하게 술을 마시고 장렬한 철오빠. 그는 매주 로또를 산다. 노후에 펜션 지어서 먹고 사는 게 소원인 철오빠. 셋이서 신나게 칭따오 맥주 마셔주고, 자리 이동해서 카스에 맥스 맥주 마셔주고. 그렇게 월요일을 보내니 피곤한 화요일이 왔고, 조금은 설레이는 수요일 밤. (야호! 이번주 목.금 남았다!) 회사에 10키로 넘게 다이어트 한 분이 계신데, 얼굴이 반쪽이다. 아침 조회시간마다 그녀의 얼굴을 본다. 팀장님 목소리 너머로 그녀의 갸름해진 얼굴이 아른거리고. 그 시간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건만 맥주의 유혹에 매번 무너지고 마는 나. 오늘도 한 캔 땄다. 그 분 말씀이 다이어트에 술은 적이며, 음식:운동=8:2라고 했는데. 황정민은 방울토마토와 물만으로 버티다 20키로를 뺐다 하고. 머리카락도 빠졌다지. 안돼. 내 머리카락. 이러는 수요일 밤이다. 비님도 왔다 갔다 해 주시고. 양꼬치 또 먹고 싶다. 경성양육관 기다리셈. 내 생애 최고의 양꼬치였다. 진짜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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