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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밤
    서재를쌓다 2011. 4. 11. 23:17

        시를 읽는 봄밤. 오래간만에 시집을 샀다. 집에 가는 길에 화장실이 급해 교보에 들렀는데, 오늘 보았던 어떤 시집이 생각났다. 지하철을 타려다 마음을 바꿔 버스를 탔다. 시집을 뒤적거리다 시 한편을 찬찬히 읽고, 졸았다. 어느새 집 앞. 목련꽃이 환하다. 봄밤같다. 이제 자야지. 푹 자야지. 내일부터는 다이어트다. 


    상처를 이야기하는 누이들에게
                                                김승강

    너희는 상처를 이야기해라 나는 술을 마시겠다 어제는
    통닭튀김에 생맥주가 간절히 생각나 생맥줏집에 갔다
    통닭튀김에 생맥주가 놓인 풍경은 주기적으로 머릿속에
    서 떠오른다 너희는 상처를 이야해라 나는 술을 마시
    겠다 비가 내린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나는 반가워
    또 술을 마신다 어제 한 맹서는 하루 만에 거둔다 너희는
    상처를 이야기해라 나는 술을 마시겠다 아내가 인심 좋
    게 나가서 술 한잔하고 들어오지요 한다 아내는 병들고
    폐경이다 아내와 관계를 가진 적이 언제였던가 술로도
    달랠 수 없는 것이 있는 법 세월은 자꾸 흐르는데 아내는
    내 마음을 벌써 읽었다 너희는 상처를 이야기해라 나는
    술을 마시겠다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 소식이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 여자 동창들
    이 더 적극적이다 나에게는 상처가 없으니 그리움이 전
    부 그리움 앞에 술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나는 간신히 중
    년 주기적으로 통닭튀김에 생맥주의 풍경이 떠오른다
    너희는 상처를 이야기해라 나는 술을 마시겠다


    나는 간신히 중년, 이라는 시구.
    이 시집에 이런 제목의 시도 있다. '자판기 커피는 내가 빼올게'


    기타 치는 노인처럼
    김승강 지음/문예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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