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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트 나잇 - 어젯밤 혹은 마지막밤
    극장에가다 2011. 4. 10. 20:03


        어젯밤, 혹은 마지막 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후드티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집까지 걸어오면서, 곱게 핀 목련꽃이 비로 인해 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영화의 배경은 가을 즈음. 집에 가서 얼른 누워야지 하는 생각 뿐이었는데, 들어오니 맥주 생각이 났다. 어제 사두고 마시지 못했던 캔맥주를 땄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의 어젯밤, 혹은 마지막 밤. 조안나는 어젯밤 이야기를 마이클에게 꺼냈을까. 그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멋진 점심을 먹고 돌아와 푹 쉬었을까. 조안나가 어젯밤 일을 고백하고, 마이클도 자신의 어젯밤을 고백했을까. 그래서 어젯밤이 마지막 밤이 되었을까. 누가 더 잘못한 걸까. 욕망을 누르지 못한 쪽이, 욕망은 억제했지만 마음을 키운 쪽이? 우리는 한 사람만 평생 사랑하면 살아갈 수 있는 걸까.

       결국 조안나는 마이클에게 지난 밤 일을 털어놓지 못했을 거다. 조안나는 예쁘고, 우아하고, 똑똑한 여자니까. 그건 두 사람 사이의 평온이 깨지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다. 두 사람 모두에게 지난밤이 있었지만, 그래서 서로 묻어두고 살아가자 할 수 있지만 그건 매순간 스물스물 떠오를 불쾌한 기억인 걸 그녀는 알고 있다. 서로의 지난밤을 비교하게 될 거다. 내 실수보다 상대방의 실수가 더 크게 보일 거다. 그녀는 다 알게 될 거다. 마이클의 지난 밤을. 또 한 번의 파티에서 로라를 보게 될 거고, 그들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거다. 그리고 그 날 밤을 생각하게 되겠지. 그리고 직감할 거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구나. 조안나는 마이클을 떠나지 않을 거다. 그저 실망하고, 화 내고, 의심하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두번째 책이 씌여지겠지. 그건 자신의 지난밤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마이클의 지난밤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녀는 마이클을 계속해서 사랑할 거다. 그러니, 그 날이 그들의 마지막 밤이 되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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