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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밤, 일본과 담양의 이야기
    서재를쌓다 2010. 7. 15. 22:34

     

        친구는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앙코르와트를 걷고 또 걸었다고 했다. 거길 다녀오니, 어딘가로 또 떠나고 싶어진다고 했다. 그날 밤, 우리는 여행 책을 샀다. 김남희의 책이다.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권. 사진이 너무 많아 실망했지만, 사진이 많아서 좋기도 했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연두빛 나뭇잎들이 글과 글 사이에 놓여 있다. 나무들이, 산들이, 고즈넉한 일본의 거리가 글과 글 사이에 놓여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매일 밤 퇴근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김남희를 따라 그 길을 걸었다. 내가 늘 가고 싶어했던 일본 북쪽의 마을들. 김남희는 내가 하고 싶어했던 노천 온천을 원없이 했더라. 하루종일 걷다, 예약해둔 숙소에 들러 생선 반찬에 된장국의 소박한 저녁밥을 먹고, 온천을 하고, 잠이 드는 그런 여행. 난 항상 겨울의 홋카이도를 생각했는데, 봄과 여름의 카이도도 근사하더라. 언젠가 나도 그런 여행할 수 있겠지?




        그 밤, 이런 잡지도 샀다. 도보여행가 김남희씨가 아닌, 뼛속까지 영화인 김남희 언니가 추천해 준 잡지. 월간지고,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날 도시를 선정한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들, 풍경들, 사람들을 소개해 준다. 지난 달부터 사 보기 시작했는데, 이번 달은 한국의 도시다. 담양. 이번 호를 보면 담양에 가서 얼마나 멋진 나무들을 볼 수 있는지, 얼마나 맛있는 남도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근사한 숙소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느긋하고 편안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근사한 대나무 숲도, 입이 쩍 벌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도 만날 수 있단다. 여행 책이 있고, 여행 잡지가 있어 다행인 무더운 여름밤. 꿈꿀 수 있어 다행이다. 



       <다카페 일기>가 반값 할인 중이다. 신나서 구입. 내가 아끼는 책이다. 소심한 아빠가 오랜 시간을 두고 쓴 사진일기. 아내가 등장하고, 딸아이가 등장하고, 새로 태어난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천연덕스럽게 귀여운 와쿠친도 빼놓을 수 없지.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봄이 되었다가, 여름이 되었다가, 가을이 되었다가, 겨울이 되었다가. 1살이 되었다가, 2살이 되었다가, 3살이 되었다가.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마지막 장을 넘겼는데 왠지 마음이 찡했다. 아, 이렇게 시간이 흐르구나. 나이를 먹는 구나. 그걸 내가 이렇게 지켜 보고 있구나. 좋은 책이다. 건조한 한 줄의 메세지와 지극히 사적인 사진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니. 놀라운 책이다. 2권은 좀 천천히 구입하려고. 다카페 가족들의 시간을 맞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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