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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래곤 길들이기 - 내게도 투슬리스가 필요해
    극장에가다 2010. 5. 30. 16:27



         까만 안경을 끼고 영화를 봤다. 시작 전에 그저 까만 안경일 뿐이었는데, 영화가 시작되니 그 너머로 환상의 세계가 펼쳐졌다. 애니메이션들이 나를 울린 지는 오래된 일. <릴로와 스티치>부터 시작해서 <업>까지. 이번엔 <드래곤 길들이기>다. 몇 달전부터 극장 예고편 보고 찜해놨던 영화. 꼭 3D영화로 보고 싶었다. 결과는 대만족. 아주 신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영화 종반부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히컵이 아스트리드의 도움을 받아 어떤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되는 장면. 두 아이는 바닷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아스트리드는 현명하고 용감한 여자아이라, 히컵에게 용기를 복돋아줬다. 두 사람이 절벽 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저런 결심을 하고, 이런 저런 용기를 복돋아주는 사이, 두 사람 사이로 바이킹의 바람이 불었다. 히컵의 머리카락이 미세하게 흩날렸다. 아스트리드의 눈을 찌르는 금발머리도 나풀나풀 움직였다. 나는 그 장면이 왠지 참 좋더라. 두 사람 사이의 바람, 그리고 결심, 믿음과 신뢰.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성장한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면 말할 것도 없이 좋아할 장면은 히컵과 투슬리스가 친구가 되어 가는 장면. 어찌나 귀여운지. 까만 안경을 쓰고 있는 덕에 투슬리스를 더욱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나는, 손을 내밀어 고 매끈하고 커다랗고 까만 투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눈과 눈 사이에 손을 내밀고 투슬리스를 히컵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비행장면. 여러 비행장면이 있었지만, 최고는 아스트리드와 함께 하는 셋의 비행. 노을이 지고,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 히컵, 아스트리드, 투슬리스는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름다웠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장면. 투슬리스도, 히컵도 소중한 하나를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 잃어버린 하나가 되어주었다. 그런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 하늘을 날으는 장면. 히컵이 한쪽 발을 투슬리스에게 딸깍 채우는 장면. 두 사람은 친구. 친구는 의리. 누군가 위험에 빠지면, 달려가는 사이. 믿어주고 신뢰하고, 먹을 것을 나눠먹는 사이. 아픈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사이. 말 없이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이. 히컵에겐 투슬리스라는 다리가, 투슬리스에겐 히컵이라는 꼬리가 생기는 그 순간. <드래곤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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