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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도날 - 다시, 서머싯 몸
    서재를쌓다 2010. 5. 12. 00:46

    면도날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


    "래리가 숫총각일까요?"
    "이사벨, 그 친구 벌써 서른둘이야."
    "분명히 숫총각일 거예요."
    "어째서?"
    "여자라면 그 정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거든요."
    "내가 아는 어느 젊은 친구는 예쁜 여자만 보면 지금껏 여자를 한 번도 안 사귀어 봤다고 거짓말을 해서 몇 년째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어. 그 친구 말로는 그게 무슨 주문처럼 효과를 발휘한다더군."
    p.281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서 나는 왜 이 페이지에만 책모서리를 접어놓았을까. 서머싯 몸이다. 내가 좋아하는 서머싯 몸. 이 소설에는 작가 서머싯 몸이 등장한다. 그런데 나는 그가 너무 세상사를 달관한 듯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해서, 점잖은 속물이라서 실망했다. 래리. 래리는 가끔 생각날 것 같다. 이사벨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하고자 하는대로 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다. 한 사람은 부를 버렸고, 한 사람은 부를 쫓았다.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래리는 서른둘, 숫총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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