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준벅 - 사랑, 나는 항상 그걸 참는다.
    극장에가다 2010. 2. 6. 21:49

                 



        드디어 <준벅>을 봤다. 언제 사다놓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지난 주말, 영화는 보고싶은데 나가기는 귀찮아서 DVD를 뒤적거렸다. 역시 좋은 영화였다. 그러니까, 1월의 나는 '그 많은 세월이 전부 물거품이 됐어요'라는 대사가 있는 영화를 봤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또 1월의 나는 '쿼일은 고통이란 모름지기 속으로 조용히 삭여야 한다고 믿었다.'라는 문장이 있는 소설을 읽고 있었다. 아주 두꺼운 소설이었다. 중간에 덮어버렸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봄에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월에 읽는 소설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사랑, 나는 항상 그걸 참는다.'

        B는 내게 <준벅>을 추천해주면서 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이미 아담스 부부 이야기였다. 영화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고. 그런데 남편이 너무나 그녀에게 무관심하다고. 그런데 단 한 장면에서 남편의 진심이 보인다고. 에이미 아담스는 미어캣이라는 동물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지하실에서 티비를 보다가 미어캣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나오자 에이미 아담스를 쉴 새 없이 부르다가, 결국 프로그램을 녹화하려는데 테잎 때문에 실패하고. 나중에 지하실로 온 에이미 아담스에게 괜히 화만 낸다고. 그 장면을 봤다. 영화는 1월에 읽은 소설 속 저 구절 '고통이란 모름지기 속으로 조용히 삭여야 한다고 믿었다.'가 절로 떠올랐다.

       한밤 중에 택시를 타고 서울의 다리를 건너면, 그래서 저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희미하게 보일 때면 2만원 남짓하는 택시비가 아깝지가 않다. 그럴 때면 항상 몇 년 전에 본 김민선과 김동완이 출연했던 베스트극장이 생각이 나고, 몇 년 전 한밤 중의 택시에서 들었던 라디오 방송이 생각이 난다. '원더풀 투 나잇'도. 에릭 클랩톤의 기타 선율도. 어제는 노래방에서 들국화의 '제발'을 들었는데, 참 좋았다. 특히 이 가사. '처음 만난 이 거리를 걸어봐. 나는 외로워.' 나는 패티김의 '이별'이란 노래가 정말 좋다. 그래서 어제도 불렀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은 잊을 수는 없을거야.'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외롭지 말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