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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블릭 에너미 - Bye Bye Blackbird
    극장에가다 2009. 8. 22. 22:19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씨네21 20자평을 봤는데 아무래도 그 날 내가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20자평들은 뭐랄까. 극찬에 극찬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평들을 봤는데, 나처럼 지루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 날 나는 피곤했지만, 그래서 영화를 잘못 본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그래도 빵빵 계속해서 쏟아지는 총소리때문에 계속 깼다. 결국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영화 보는 내내 깨알같은 잠을 자 주었다. 그러다 마지막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정신을 차렸는데, 이 영화가 좋은 이미지로 남은 이유는 이 마지막 30분 정도 때문이었다. 

        <퍼블릭 에너미>가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 두 스타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이 영화는 온전히 조니 뎁의 영화였다. 이번에 나왔던 씨네21의 표지를 두고 누군가는 주름살을 지적했지만, 늙어가는 조니 뎁이 멋진 이유는 그 주름살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실 이 영화에서 조니 뎁은 처음 만난 여자에게 반해서 작업을 걸고, 그 후 여자와 평생을 맹세하는데, 이건 실로 닭살스런 행동과 멘트가 아닐 수 없다. 뭐라고 했더라. 손발이 오그라 들 정도로 닭살스런 대사들이 있었는데. 깨알같이 졸면서도 그런 부분은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조니 뎁이 하니까, 손발이 오그라들다가 다시 펴지더라. 처음 본 여자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조니 뎁의 (하지만, 그녀는 무려 미모의 '마리온 꼬띠아르'이긴 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건 조니 뎁이기에 가능한 진심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름살이 가득 생긴 늙어가는, 멋진 조니 뎁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30분. 영화의 초반에 흘러나왔던 음악 선율이 있다. 재즈곡, Bye Bye Blackbird. 마지막 30분은 그 노래 하나로 다 설명이 된다. 이 영화는 실제 1930년대에 미국에서 활동했던 존 딜린저라는 인물의 실화 영화란다. 영화의 마지막에, 존 딜린저를 연기한 조니 뎁이 경찰서에 방문해 자신을 수사하는 팀의 사무실을 둘러보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사진과, 지금은 죽었지만 한 때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의 사진, 추억이 어린 장소들이 찍힌 사진들이 한 벽 가득 채워져 있다. 조니 뎁은 그걸 찬찬히 둘러본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그는 체포된다. 죽은 채로. 인간이란, 인간이란 말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어떤 식으로든, 어떤 강도로든, 그게 아주 미세하더라도 예감할 수 있는 종족일까. 영화의 마지막 30분을 졸지 않고 버텨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는 곡. 이 영화를 보고 내게 남은 단 하나. Blackbird, Bye Bye. 아, 그리고 마지막 자막이 있었지. 크리스찬 베일 배역의 실제 인물이 존 딜린저가 죽고 몇년 뒤, 자살했다는. 자살했다는. 마지막에 내게 남은, 두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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