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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 시스터즈 키퍼 - 걱정마요, 왼쪽을 돌아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니까
    극장에가다 2009. 8. 9. 20:23




       어느 영화 상영 전에, 예고편으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고여서, 9월 상영 예정이라는 안내를 기억해뒀었다. 꼭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사회가 있어 생각보다 일찍 8월에 영화를 만났다. 예고편이 너무 슬퍼서, 뜯지도 않은 새 휴지를 가지고 갔었는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후반부에 새 휴지를 뜯고 두 장을 꺼내서 한 장은 내가 닦고, 한 장은 옆사람을 주었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보고 오래 전 초난강이 나온 일본 영화 <환생>을 보고 H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언니는 이 영화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 남은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아주 오래전 영화고, 아주 오래전 말이라, 영화 내용도, 언니의 말도 정확하게 기억나지가 않는데. 이상하게 이 영화를 보고 언니의 그 때 그 말이 생각났다. 이 영화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남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리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헐리웃 영화답게 아주 예쁜 모습이라, 뭐랄까, <환생>을 봤던 H언니의 말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진 않겠지만, 영화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줘서 고마웠다. 어떤 식의 뜻밖의 이별은 마음 속 한이 되어 두고두고 잃지 못할 마음저림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식의 긴 준비 끝의 이별은 다른 식의 따스한 그리움이 되고, 추억이 되어 남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사랑하는 사람이 보이니 슬프지만 안심이 되는 캠프 떠나는 순간의 이별, 영화는 그렇게 사람을 떠나보낸다. 따스하게.  




        이 영화는 예쁜 영화다. 카메론 디아즈도 예쁘고, 백혈병에 걸렸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케이트도 이쁘고, 선샤인에 빛나는, 언니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서 태어난 맞춤형 아기 안나도 예쁘다. 음악도 예쁘고, 바다도 예쁘다. 케이트에게 다가오는 죽음도 힘들지만은 않다. 케이트는 예쁘고 따스한 죽음을 기다린다. 분칠 하나도 안 한 것 같지만 (실은 비비크림쯤은 발랐겠지) 그래도 예쁜 카메론 디아즈가 병에 걸린 딸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 사라 역을 맡았다. 그녀는 이 역할을 잘 해냈지만, 어쩐지 나는 디아즈가 너무 예쁘고 젊어서 병에 걸린 딸을 가진 엄마 역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즈는 젊고, 예쁘고 강한 엄마다. 자신의 외모때문에 울상짓는 딸을 위해 자신도 삭발을 감행하는 용감한 엄마다. 영화는 언니를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기, 안나가 자기 몸의 권리를 찾겠다며 부모님을 고소하면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안나가 언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신장을 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안나는 언니를 사랑한다. 무척.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다. 안나의 가족은 모두 다섯이다. 이모까지 합하면 여섯. 어쨌든 영화에 이 다섯 명의 가족이 극장에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차례로 말을 건다.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에 안나, 아빠 제이슨, 오빠 제시, 엄마 사라, 그리고 아픈 케이트. 아니다 안나, 다음에 제시였나? 아무튼 순서는 상관없다. 이들이 우리에게 조금씩 자기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속내를 보인다. 그 중에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가장 마음에 남았던 인물이 있는데, 그건 안나도 아니고 사라도 아니고, 케이트도 아닌, 오빠 제시였다. 제시의 이야기는 영화에 그리 많이 나오진 않는데, 아이는 언제나 화면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제시는 나쁜 오빠가 아니다. 동생을 걱정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착한 아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관심이 모두 아픈 동생과, 그 동생을 위해 태어난 막내 안나에게 집중되었고, 착한 심성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 방황했을 제시. 동생이 걱정되지만, 자신에게도 조금의 관심이 주어졌으면 하고 속앓이했을 제시. 그 애는 혼자 시내를 방황하고, 늦게 귀가해 부모님에게 혼날 것을 걱정하지만, 아무도 그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 제시가 집에 없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어릴 때 난독증이 있었지만, 아픈 동생 때문에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 난독증을 치료하는 캠프에 갔다 오라는 말에 엉엉 울음을 터뜨려 버리는 아이. 괜찮을 거라고, 거기 가면 글을 읽지 못하는 걸 고칠 수 있다는 말에 울음을 그치지는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말이 없지만 속이 깊은 아이. 동생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아이. 영화의 마지막에 '여전히' 살아가는 믿음직스런 제시의 모습이 등장한다. 제시는 조금 변했고, 성숙했고, 성장했다. 그리고 아주 괜찮은 예술가가 될 것은 틀림이 없다. 제시는 매번 캠프 첫 날의 버스 위에 오르는 심정이었을 거다. 왼쪽으로 돌아오면 아빠와 엄마가 있을 테지만, 혹시나 없을까봐 고개를 돌리지 못했을 거다. 매번 속으로 눈물을 참았겠지. 쓸쓸하고 외로웠던 순간들이 많았을 거다. 그만큼 아니는 성장했을 거다. 그랬을 거다. 분명. 괜찮은 녀석.

        음악이 좋았는데, 빨리 OST가 등록되었으면 좋겠다. 아, 가족 구성원 외에 안나를 도와주는 변호사 역할에 알렉 볼드윈이, 판사 역할에 조앤 쿠삭이 등장하는데. 조앤 쿠삭의 역할과 연기가 좋았다. 따스한 역할이었다. 하긴, 이 영화는 따스한 역할들만 등장하는 영화긴 하다. 아비게일 브레슬린, 얘야, 너 정말 잘 커야 한단다. 언니가 지켜보고 있다. 언니가, 격하게 아낀다. 사사사사...좋아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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