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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햄123 - 덴젤 워싱턴은 좋았지
    극장에가다 2009. 6. 22. 00:16



        <드래그 미 투 헬> 보고 싶어서 극장 간 거였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펠햄123>을 봤다. 그것도 두 배우와 감독 이름 때문에 선택한 거였는데, 많이 실망스러웠다. 재미가 없었다. 이야기 자체도 긴장감이 없고, 영화 속에서 사람이 사람 잡아다 놓고 총으로 쏴 죽이는 게 이젠 진짜 같아서 즐길 수가 없었다. 영화 보는 내내 <다이하드>가 생각나서 혼났다. 존 맥클레인 형사, 보고싶소- 난 그를 심하게 아낀다. 특히 1편의 그를. 내 여러 번 보았지.
     
       <펠햄123>에서 딱 하나 건질 게 있다면, 내 경우에는 덴젤 워싱턴. 덴젤 워싱턴이 이 영화때문에 거의 백 킬로그램까지 살을 찌웠다는데, 영화보는 내내 아니 대체 왜 살을 찌운거지, 살 찌울 필요가 없는 영환데 투덜댔었다. 그 진가가 발휘되는 장면이 딱 한 장면있는데, 존 트라볼타를 잡기 위해 꽉 막힌 뉴욕의 도로와 다리 위를 질주하는 장면이다. 사실 질주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백 킬로의 덴젤 워싱턴은 헥헥대며 질주하고 있지만, 늘어난 살 때문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는 질주하고 있다. 그건 그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저 평범한 공무원에 불과하지만, 얼떨결에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거리를 뛰어서 너를 붙잡는 것. 뭐랄까. 그 순간 그의 표정은 정말 일반인의 표정이었다.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사무직이라 운동은 안 했지, 이렇게 총을 들고 누군가를 쫓게 될 거라곤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일반인. 그래서 숨은 가빠오지만, 더는 뛸 수 없을 것만 같지만, 너는 무고한 사람 둘을 죽인 나쁜 놈이니까, 지금 내가 뛰어야지 너를 잡을 수 있으니까, 하는 애타는 표정.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고 있는 표정. 다리 위에서도 총을 겨누며 경찰 무리들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그 애타는 표정. 그게 마지막에 나를 위로해줬다. 덴젤 워싱턴은 내게 말했지. 이 장면이라도, 이 표정이라도 가지고 가. 그리고 사건이 해결된 후에, 비가 내린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는 피곤한 기색의 한 사람. 오늘 하루가 끔찍했지만, 결국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는 안도감.

        후반부에 차며, 지하철에 왜 그렇게 성조기가 더덕더덕 붙어있는지. 존 트라볼타는 지못미. 나는 페이스 오프를 기대하고 갔지. 경찰은 늘 한 발, 아니 세 발씩 늦다. 무늬만 경찰이다. 속 터져 죽는 줄 알았네. 그래, 덴젤 워싱턴의 그 표정만 생각하자. 그 표정만. 아, 저 표정은 아니다. 포스터에서 총 들고 뛰는 저 표정은 나름 경찰 간지 표정인데. 저 표정이 아니다. 저건 그야말로 포스터용. 생각해보니 덴젤 워싱턴의 표정이 좋았던 장면들이 좀 더 있었다. 존 트라볼타와 무전기로 대화하면서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고였던 장면과 (자세히 말하면 나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존 트라볼타와 처음 얼굴을 마주했을 때의 표정. 그 표정들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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