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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무서운 속도
    서재를쌓다 2009. 2. 20. 13:11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

    동생에게 몇 구절을 옮겨 메신저로 보내줬다. 동생은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라는 구절이 무엇을 의미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이건 시니까, 그냥 니가 느끼는 대로 이미지를 떠올리면 될 거라고 말했다. 1분이 지난 후, 동생이 말했다. 언니, 이건 그거 같아. 눈물이 날 때 있잖아. 눈물이 눈에 넘치도록 고일 때. 그 때 길을 보면 길이 막 휜 것처럼 보이잖아. 그거 같아. 난 그 말을 듣고 또 울어버렸다. 응. 그래, 동생. 그런 거 같애. 그게 맞다. 난 그런 니 말 덕분에 이 시를 더 좋아하게 되어버렸잖아. 오늘 오후엔 옆에 있는 이에게 이 시를 알려줬는데, 그 이가 감격하며 말했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라니요. 늘 슬프다가, 단 십오초 슬픔이 없는 시간이 오고, 그 시간이 지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하다니요. 그리고 사라지는 길이라니요. 그러면서 내게 이 시를 알려줘서 고마워요, 고마워요를 3번쯤 연발하다가 자기가 아껴두었던 시를 소개해줬다. 그건 장만호 시인의 무서운 속도. 나는 또 그 시를 보고 울뻔 했다. 그래서 나는 그이에게 고마워요, 고마워요를 5번쯤 말해줬다. 고마워요. 그이는 이 시를 어느 스터디 모임에서 낭송하다 끝까지 읊지 못하고 울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이가 끝을 맺어줬다고 했다. 이 시다.



    *

    무서운 속도
    장만호


    *

    시를 읽는 사람이 내 주위에 있어서 다행이다. 시를 읽고 우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어서 다행이다. 처음 얼굴을 보게 된 내게 시집을 선물해주었던 사람도 있었다. 그 시집에는 내가 좋아했던 시가 들어 있었다. 내가 그들덕분에 시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나와 당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것보다 더 고마운 건, 그런 시를 써 주는 그네들이 있기 때문. 고마워요, 고마워요. 백만번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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