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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에게 복된 새해를
    서재를쌓다 2009. 1. 7. 00:52

        작년 여름이었나보다. 맙소사, 벌써 작년이 되어버렸다. 도서관에서 <2007 올해의 좋은 소설>을 읽었다. 책상이 부족해 벽에 나란히 여분의 나무 의자를 붙여 놓은 그 의자 위에서였다. 공선옥의 '폐경전야'도 읽었고, 김애란의 '도도한 생활'도 읽었지만, 역시 내가 좋아한 소설은 김연수의 '모두에게 복된 새해를'이었다. 나는 그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곱씹으며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날, 이 소설을 꼭 한번 다시 읽어야지, 생각했다. 따뜻한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에.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07 
    이청준 외 지음/현대문학


        지난 주말에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들러 이 책을 대출했다. 그리고 주말내내 이 짧은 소설을 음미해가며 읽었다. 그야말로 '당신에게 복된 새해를'이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몇년 전 동네에서 만난, 동남아시아 어디즈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날아온 것이 분명한 여자는 내게 자기가 문자쓰는 법이 서툴러서 그렇다면서 문자 하나를 부탁했다. 언니, 내가 잘못했어. 술 한 잔 어때, 식의 문자였다. 그리고 내가 작년에 만난 사람들. 만나고 싶었지만 만나지 못한 사람들. 만나지 않았어도 만난 것만 같은 사람들.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모두모두 떠올랐다. 그들에게 복된 새해를.

        소설을 읽다 어떤 문장은 작은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다시 읽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반복해서 읽었다. 내가 새해에 이 소설을 읽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니까. 따뜻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생각한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내의 '말하자면 친구'의 뒤로 눈이 솔솔솔 내리고 있는 풍경을. 그런 창가를 배경으로 두 사람이 캔맥주를 맞대고 짠,하는 모습을. 그 캔맥주를 마시고 주인공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두 개 더 꺼내오고, 다시 두 사람이 손을 뻗어 서로의 캔을 맞부딪히는 소리를. 말하자면 나는 나의 복된 새해를 스스로 빌어주기 위해 이 소설을 읽은 것이다. 어제를 용서할 수 있는 오늘이기를. 비로소 조율되어지는 완전한 소리이기를. 그럴듯한 음악을 연주해낼 수 있는 사람이기를. 나에게 복된 새해가 찾아오기를.


        아. 오늘 김연수의 이상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아주아주 기뻐서 나는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어졌다.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 정말 그랬다. 축하해요. 김연수와 이상이라니. 말하면 입이 아플정도로 잘 어울리잖아. 그 소설에 코끼리가 등장하는 것 같았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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