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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p506 - 도대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극장에가다 2008. 4. 5. 01:50

       도대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영화에선 이 질문을 반복된다. 모두들 이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 모두. 도대체 지금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그 때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가. 어이없이도 또 반복된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도대체 지금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또 다시 일어나고 있는 건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아차리면 이 영화는 다 본 거다.

       확실히 공수창의 두 번째 군대 영화는 많이 약해졌다. <알포인트>의 내용도 또렷하게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걸 보고 오돌오돌 떨렸던 가슴은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귀신 눈 돌아가던 장면하며. 보는 내내 서늘했고 무서웠다. 그런 느낌을 기대하고 본다면 <GP506>은 실망스러울 지도 모른다. 인물과 사건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설명으로 풀어내는 부분이 많다. 가장 오돌오돌했던 건 특수분장, 특수효과였다. 마치 좀비를 연상시키는 고 오돌토돌한 피부는 닭살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공수창 감독은 공간 그 자체의 공포심을 보여주려했다는데 그걸 너무 풀어냈다는 느낌이다. <GP506>의 군인들이 모두 초토화된 이유,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는 그 으슬으슬한 공간적인 특성, 그리고 왜 아직까지 세계 곳곳에선 전쟁이 끊이지 않는지, 본질적인 인간의 이그러진 욕망들에 대해 간단하게, 대놓고 관객들을 앉혀놓고 설명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래서 아쉬웠다.

       영화의 주연은 단연코 천호진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무게를 잃진 않았다. 조현재는 부족해보였지만 이영훈은 빛났다. 그는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확신한다. 나는 <GP506>을 보면서 영화 외적인 것들을 여러가지 생각했다. 하나는 군생활이 정말 힘들겠다는 것. 다들 가니깐 너도 가서 열심히 남자답게 생활하고 돌아와라고 내내 생각했었는데 요새 뉴스를 보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도 많고, 전방에선 당장 전우를 죽일 수 있는 총을 서로에게 겨룰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돋는 일이다. 적을 향해 겨누겠다고 지급받았지만 옆에 있는 이가 한순간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그리고 현실의 일이 영화 속에서 재연되는 일. 그것이 얼마나 보는 이로 하여금 괴롭게 만드는 지 깨달았다. <G506>에는 흡사 얼마 전 같은 내무반 사람들을 무자비로 사살한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추격자>때와 마찬가지 이유로 그 장면을 영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뉴스를 보면 현실보다 더 한 사건들이 즐비하고 있는 요즘, 극장 안에서 좋은 스토리의 영화들만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견딜 수 없는 사건들을 대하는 건 현실로 족하다. 차라리 공포, 미스터리 영화라도 현실에서 아주 동 떨어진 그런 이야기로 보고 싶어졌다.  

       <GP506>은 반복된다. 무슨 일이 이 곳에서 일어났는지 알고 싶은 노원사는 결국 똑같은 일을 겪으면서 그 일을 또렷하게 알게 되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 하지만 그 일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GP가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반복되어지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이 영화가 더 끔찍했다. 결국 해결책은 우리 모두 없어지는 것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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