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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1분, 행복하십니까?
    티비를보다 2008. 1. 6. 13:57

       가끔 뉴스에서 '나'를 발견합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 88만원세대 등등. 뉴스에서 발견되는 저의 모습은 얼마나 생소한지 몰라요. 분명 기사 속에서 지칭하는 이들 중에 제가 분명히 속해져 있는 것이 분명한데 그 모습뿐만이 아니거든요. 그 짧고 객관적인 몇 줄의 기사에는 제가 없고, 그렇고 그런 젊은 사람들의 모습뿐이예요. 그건 수치를 근거로 한 객관적인 나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한 거죠.

       어제 MBC 스페셜 <1분 후의 삶 -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를 봤습니다. 뉴스에서 보아왔던 끔찍했던 사건들을 겪은 이들이 그 후로 여전히, 혹은 새롭게 힘찬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였어요. 객관적이고 짧은 뉴스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뉴스 속 주인공이였던 이들이 그 전에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그 사건을 겪게 되었으며, 지금은 또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였어요.

       우선 프로복서 김택민씨. 김택민씨는 열 여섯살에 친구들과 그저 치기어린 마음에 성수대교에서 뛰어내려 죽다 살아났습니다. 본인은 다행스럽게 살았지만, 그 뒤로 뛰어내린 친구는 결국 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김택민씨를 링 위로 올려놓았고, 그는 그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며 열심히 군복무와 권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학실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선장을 꿈꿨습니다. 항해 실습으로 첫 배를 타게 된 기쁨도 잠시, 항해의 한 달을 남겨두고 배가 폭발해서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40분을 버텼습니다. 수영을 하지 못했던 그녀를 위해 튜브를 던져 두었던 부선장님도, 함께 튜브를 잡고 버텼던 선장님도 모두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현재 그녀는 선장의 꿈은 버렸지만, 정박해 있는 선박의 안전을 점검하며 못다한 동료들의 삶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60이 넘은 나이에 에너지 진단사로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조성철씨도 맨홀에 떨어져 9일을 버텼으며, 태권도 사범이였던 간은태씨는 전돗대에 걸린 연을 빼내려다가 한쪽 팔을 잃었습니다. 2002년 중국 여행에서 돌아오던 길에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한 김보현씨는 아직도 사고가 나던 순간에 아내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손목 시계는 11시 21분으로 멈춰져 있었고, 그는 그 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 시간은 지옥과 같은 추락의 시간이였지만, 동시에 몇 개월 뒤에 다행스럽게도 약한 모습이였지만 딸 하늘이가 태어난 시간과 비슷했다고. 그래서 그는 더이상 그 시간을 불행이라 말하지 않는다고요.

       김학실씨는 여전히 고요한 바다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삼키고도 이렇게 잔잔하게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바다가 원망스럽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순간을 겪었기에, 나에게 삶을 내어 준 동료들을 생각해서, 그들의 못다한 삶을 더욱더 열심히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요. 조성철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시냐고. 1분 전의 저는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고, 1분 전의 PD님도 지금의 PD님이 아니라고요. 우리는 순간순간 살아나가고 있다고요. 그러니 이 순간순간을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하느냐구요.

       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몇 번을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두 다 알고 있는 말이긴 했지만, 늘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 죽음의 순간을 경험하고 다시 살아나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말 하나하나를 그냥 흘러 보낼 수가 없었어요. 마음 속에 넣어서는 한번 더 곱씹었어요. 뉴스 속에서 단지 사건으로만 존재했던 그들이, 내가 겪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뉴스를 보았던 제게 계속해서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자구요. 1분 1분, 이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냐구요. 네네. 또 곧 잊어버리겠지만 잘 살아나가자는 다짐을 새해에 해 봅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자구요. 그들처럼. 1분 후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가는 기분으로 2008년은 살아가보자구요. 네. 그러니까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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