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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진짜 이야기
    모퉁이다방 2007. 10. 30. 19:04
       대저택에서 태어난 한 쌍둥이 자매가 있다. 이들의 엄마와 그녀의 오빠는 어려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장난들을 하며 낄낄거리며 즐거워 했다. 이를테면 오빠가 그녀의 팔목에 녹이 슨 철사로 스윽 그으면 그녀는 솟아나는 피를 보며 헤죽거리는 거다. 이 집안의 이상한 정신병의 기운은 되물림되고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오빠와 그녀에게로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난 쌍둥이 자매에게도.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도 확실하지 않다. 옆집에 살던 그녀와 로맨스를 즐긴 남자와 결혼은 하긴 했지만 다들 아이들의 아빠가 엄마의 오빠, 삼촌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쨌든 쌍둥이 자매는 태어났고, 버려진 듯 먼지로 휩쌓인 대저택에서 아이들의 엄마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고 이들의 아버지일 지 모를 삼촌과 나이들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가정부와 무심한 정원사가 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삼촌은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은지 오래이고 이 집의 문제점을 직시한 동네의 한 의사가 이 집에 가정교사를 불러 들인다. 그녀는 단정하고 깔끔했으며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알았다. 그녀가 온 뒤로 집안은 점차 깨끗해졌고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쌍둥이 중 한 아이는 대체적으로 온순했지만, 한 아이는 다룰 수 없을 정도로 포악했다. 가정교사는 한 아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아이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아보면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떼어놓고 이 정상적이지 않은 두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해 나가면 꽤 그럴듯한 하나의 연구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도, 친구도 없이 늘 둘 뿐이였던 정상적이지 않은 정신상태를 가진 두 아이를 떼어놓기로 결심했다. 두 아이를 위해서는 아니였다. 연구를 위해서. 의사를 설득시켜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학계에서 엄청난 실력자로 등극할 수 있을것이라는 바램때문에. 두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몰래 두 아이를 떼어놓고, 울며 불며 자학하며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감시했다. 날마다 연구결과랍시고 기록하면서. 늘 한 몸인 것처럼 함께였던 두 아이는 무서웠고, 서러웠고, 두려웠고, 슬펐다. 한 아이가 어느정도 상황을 체념해 나갈 사이, 한 아이는 더욱더 포악해졌다.
       그러다 어느날 가정교사는 유령을 본다. 분명 의사 집에 있어야 할 아이를 저택 앞에서 본 것이다. 그것도 두 아이는 함께 다정하게 놀고 있었다. 놀라 의사 집에 쫓아가서 의사에게 아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고 따졌으나 의사의 집에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의사는 아이가 오후 내내 집에 자신과 함께 있었다고 말한다. 가정교사는 맥이 풀리고 이를 본 의사는 부축을 하다가 다짜고짜 키스를 한다. 그동안 연구랍시고 둘이 만나다가 눈이 맞았던 것이다. 이를 본 의사 부인은 가정교사를 내쫓고, 그날 오후 대저택의 정원사는 쌍둥이 중 한 아이를 집에 데려간다. 가정교사는 그 날 이후 인사도 없이 사라졌고 연구도 끝났고 어리고 여리고 성숙되지 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의 골만 남겼다.
       어릴 때의 상처들이 성인이 되어서 얼마나 커다란 심리적으로 장애가 되는지 심리학 관련 서적에서 접했다. 나는 이 쌍둥이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다.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자랐으면서, 이기적인 어른들의 말도 안되는 연구따위로 가장 나쁜 이별의 케이스를 맛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든 말도 없이 영영 떠날 수 있는 경험, 그리고 이 커다란 세상에 단 한 사람, 나 혼자뿐이라는 철저한 외로움 끝의 두려움.

       얼마 전에 읽은 <열세번째 이야기>의 내용이다. 이 책을 읽을 때 가정교사와 의사의 말도 안되는 욕심으로 시작된 연구로 인해 하루 아침에 생이별을 한 아이들이 안타깝고, 그 후에도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이별에 아이들이 어리석은 어른들 욕심에 일어난 이 말도 안되는 이별로 얼마나 큰 심적 고통과 마주하게 될지 마치 소설이 현실 속 이야기인 것처럼 내 마음이 아팠다. 괜히 어른이 내가 미안했고.

       그리고 오늘 본 기사. 물론 이 이야기와 백퍼센트 똑같은 건 아니지만 닮은 구석이 많아서. 이들은 자신이 쌍둥이인 것도 몰랐고, 함께 지내다 헤어진 것도 아니지만, 결국 욕심 많은 사람들이 시작한 어리석은 연구때문에 자매는 헤어졌다. 허영심에 가득 찬 의사는 너희들은 버려진 거고 어차피 각각 입양되어 갈 것이였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어른이면 어른다워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이면 사람다워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상대방에 겪게되는 아픔따위는 상관없이 위대한 연구결과로 상 받고 인정받으면 되는건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그냥 기사 보고 책 생각이 나서 끄적거려봤다. 뭐랄까. 뉴스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같은 현실이라는 표현보다는 현실같은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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