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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 - 단편 속을 유영하다
    서재를쌓다 2007. 10. 8. 17:16
    달로 간 코미디언
    김연수 외 지음/중앙북스


       일단 저는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 표지와 전체적인 책의 촉감이 좋아요. 전체적으로 은은한 파스텔톤이고, 작가 한 명 한 명의 캐리커쳐가 있어요. 직접 그려넣은 선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작가들의 표정은 인자해 보이기도 하고, 무덤덤해 보이기도 하고, 또 새초롬해보이기도 해요. 표지는 까칠까칠하고 울퉁불퉁한 종이의 촉감으로 살아있고 내지도 가벼운 재질이라서 가방 안에 넣고 다녀도 무겁지가 않아요. 김훈 작가가 수상했던 지난해랑 비교해보면 파스텔톤의 전체적인 표지 색깔만 살짝 달라졌어요. 마음에 듭니다.


    김연수 | 달로 간 코미디언
    을 읽고 싶어서 구입했어요. 동생이 김연수를 좋아하는데 저는 사실 그의 작품을 산문 몇 개밖에 보질 못했거든요. 산문 몇 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굉장히 감수성이 짙고 지적이고 예민하고 섬세했어요. 소설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상을 탔다는 소식을 듣고 출간되자마자 구입했어요. 어려운 면이 없진 않았지만, 김연수 작가의 분위기를 알거 같애요. 눈물이 날똥말똥 촉촉하게 젖고, 머리까지도 촉촉하게 젖은 상태로 그의 글을 읽게 되는 것 같애요. 이번 장편도 구입했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권여선 | 반죽의 형상
    은 권여선 단편집에서 먼저 만났던 단편이예요. <분홍 리본의 시절>에서 제일 좋았던 단편이였는데. 일부러 다시 읽지 않았어요. 읽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한번 더 읽어봐야겠어요. 이 단편을 읽으면서 대학시절 생각이 많이 났어요. 내가 타고 다녔던 세 자리 버스, 그리고 내 친구들. 그때는 어리고 질투도 많았고 서울 생활도 서툴렀었고 늘 가는 길이 새로운 길이었거든요. 그런 자유롭고 초조하고 긴장되던 그 시절들이 많이 생각났던 글이였어요.

    칼자국 | 김애란
    을 읽으면서 아, 김애란이라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탄성을 질러요. 동갑내기라서 그럴까요? 김애란의 소설은 늘 저를 떠올리게 하고 제 주위 사람들을 떠올리게 해요. 저번 낭독의 밤에서 가장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했는데, 읽으면서 자꾸만 눈가가 촉촉해졌어요. 내가 생각이 나고, 우리 엄마도 생각이 나고. 그 때 누군가가 인천에서 자라 서울로 올라왔는데 자신은 서울에서는 늘 주변인인 것 같다면서 김애란의 소설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고, 위로를 받는다고 고맙다고 말한 독자가 있었는데 저도 같은 말을 해 주고 싶어요. 정말. <침이 고인다> 바로 읽을 거예요.

    박민규 | 깊
    는 정말 좋았어요. 글 속에서처럼 제가 심해 속을 우주 위를 둥둥 유영하는 것만 같았어요. 아무도 소리내어 말을 하지 않는 그 깊고 먼 곳에서 둥둥 빛도 없고 머리도 없이 마음만 가지고 잠수도 하지 못하는 제가 오랜시간 잠수를 하는듯한 느낌. 적어두고 싶은 글귀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삼미..>를 읽고 단편 한 두개만 읽었는데, 못 읽은 박민규 소설을 다 찾아서 읽어야겠어요.

    백가흠 | 루시의 연인
    은 뭐랄까 그냥 조금 불편했어요. 주인공의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인간이 아닌 물건이여서 그런지, 그게 나 같아서 그런지,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쿡쿡 찔리는 기분이었어요. 단편이 끝나는 곳에 찍혀져 있던 빡빡 문질러 지워야 하는, 거실에 찍혀진 두 개의 목발 자국처럼요.
     
    성석제 | 여행
    은 그 부분이요. 생난리를 치루면서 사이는 틀어질대로 틀어지고 몸은 지칠대로 지쳐버린 세 친구가 여행길에 만난 부유한 도련님들이 제공해준 진수성찬을 먹기 시작하는 그 부분이요. 파, 터뜨리면서 한참을 웃었어요. 눈 앞에 그 광경이 딱 펼쳐지는 거예요. 매일 물에 밥 말아 먹으면서 죽도록 걸어대던 세 사람이 고기와 술을 마구마구 몸 안으로 집어 넣는 그 순간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서. 이게 성석제의 매력인 거 같애요.  
         
    윤성희 | 이어달리기
    도 역시 유쾌했어요. 자꾸만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져 나왔어요. 엄마와 세 딸의 대화들이, 엉뚱한 상황들도 그렇고 유쾌하고 명랑해서요. 저도 이제 우울해질 때면 제가 아는 사람 스무명을 등장시켜서 운동회가 벌어지고 있는 운동회 한 가운데서 줄다리기를 하는 상상을 해 보려구요. 저는 심판 보구요. 금방 즐거워질 거 같애요.

    은희경 | 고독의 발견
    은 오랜만이예요. 은희경. 마지막이 인상적이였어요. 모호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결말. 결국 모든 건 레스토랑 안에서 한 상상이였다는 거 맞나요? K도 외롭고, S도 외롭고, 난쟁이 여자도 외롭고, 가난한 기타맨도 외로운. 모두가 외롭다는 고독의 발견, 맞나요?

    이혜경 | 한갓되이 풀잎만
    은 흘러내보내는 우리들의 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어줬어요. 그냥 내가 공기 중에 뱉어내어 어느 공기쯤에선가 사라져버리는 소리가 아니라, 그것이 어느 녹음기에선가 멈춰서 영원히 저장되어지는 소리. 그렇지만 소리의 주체는 그걸 모르고. 얼마나 많은 나의 소리들은 사라져버리거나 저장되었을까요. 예전에 아주 어릴 때 비디오테이프 속의 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속의 나는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같지가 않아서, 몇번을 돌려보면서 내가 저런 행동을 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던 적이 있어요. 단편의 마지막 구절이 좋았어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전경태 | 남방식물
    로 몽골을 생각해 봅니다. 한번도 가지 않았지만, 글 속에서 느껴지는 공기, 그 공기를 양분삼아 키워나는 고구마 순, 가정을 버린 남자, 자신을 버린 북한의 여자. 이 곳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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