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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모퉁이다방 2024. 4. 20. 15:20

      


        현관문에 큰 턱이 있어 아이에게 무척 위험해 보인다고 한 통영여행에서였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던 야외수영장이 있던 고성여행에서였나. 아빠는 이제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했다. 지안이가 군대갈 때쯤 되면 자신이 몇살 정도 되는지 세어보셨다고 했다. 오래오래 아이의 모습을 보고싶다고 했다. 그 뒤로 유일한 사는 낙이라던 담배도 끊으셨다. 참으니 참아지더란다. 이제 아예 피질 않으신다고 했다.

       이번 봄통영여행에서는 풍경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내게 자꾸만 위험하다고 찍지 말라고 하셔서 마음이 상했더랬다. 마음을 금새 알아차리고 떨어질까 너무 걱정이 되어서 라고 말을 줄이셨다. 아이는 몇번 보지 않았는데도 외할아버지를 좋아한다. 영상통화를 해도 할아버지를 제일 먼저 찾는다. 돌 전까지 매일매일 아빠랑 내가 통화를 했는데 그때 들은 목소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동생이 아빠가 너무 걱정이 된다며 내려가서 병원에 같이 가본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중증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아빠가 우셨단다. 의사는 친절했고, 자신이 그리 진단을 내리면 기분이 상하지 않으시겠어요? 라고 묻기까지 했단다. 아빠는 다 괜찮네요, 딱 맞춰 잘 오셨네요, 걱정할 필요가 없으세요, 라는 말을 들을 줄 아셨단다. 이제 자신만 다른 세상에 가 있겠구나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단다. 딸들에게 또 걱정거리를 주게 되어서 너무 미안했단다. 나는 어제 일을 하며 하루종일 울었는데, 동생도, 막내도 그랬겠지. 아빠가 젊고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 함께 찍었던 사진 생각이 계속 난다. 일요일 아침이었고 우리 모두 잠옷을 입고 있었다. 모두들 활짝 웃고 있었다. 무척 오래 걸렸는데, 순식간인 것도 같다. 그 날로부터 어제까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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