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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나잇
    모퉁이다방 2022. 1. 26. 00:40


      저녁밥을 먹으며 남편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평소 같으면 그리 생각하지 말아라로 시작하는 말을 분명히 했을텐데 오늘은 왠일인지 그러지 않고 묵묵히 들어줬다. 정말 고마웠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오늘은 정말 그런 사람이 내게 필요했거든. 오후에는 지난 일요일에 보지 못한 <방구석 1열>을 봤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나왔던 비포 시리즈 마지막편 <비포 미드나잇>의 한 장면에 손미나 작가가 말했다. 줄리 델피가 산 너머 지는 석양을 보고 아직 있다, 아직 있어, 졌다, 라고 읊조리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는 졌지만 원래 그뒤부터 하늘은 더 아름다운 법이라고. 그러니 <비포 선라이즈>로 시작한 이들의 사랑은 변했다기보다 농익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그 표현이 너무 좋아 휴대폰 메모장을 켜놓고 메모를 했다. 그리고 이런 말은 휴대폰이 아니라 수첩에 적어둬야 하는데 생각을 했다. 요 며칠 어떤 이유로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이제 떨춰버릴 때가 된 것 같다. 집에 수첩은 많지만 얼마 전 마음에 담아뒀던 작은 수첩을 하나 새로 주문했다. 그 수첩이 나의 새로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길 바라며. 새해에는 남편처럼 마음이 단단해져서 잘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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