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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굴비
    모퉁이다방 2022. 1. 7. 13:41

     

     

      지난주에는 몸과 마음이 피폐했다. 결국 남편에게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발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밤에는 그 모습을 보인 걸 후회하지 않았으나 다음 날 바로 후회했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 아무튼 그렇게 한 번 대대적으로 폭발을 하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그 뒤로 내가 한 건 열심히 요리를 한 것. 이상하게 그렇게 되었다. 냉장고에 있는 돼지고기와 고수를 꺼내 굴소스를 넣고 볶아봤다. 상암 양꼬치집의 좋아하는 메뉴를 최대한 간소화한 것. 밑반찬 하나에 김치 하나를 내어놓고 밥 한 그릇씩 뚝딱했다. 섭섭한 마음이 남아 있던 남편도 맛있다고 했다. 다음날 점심에는 베이컨을 꺼내 잘게 썰고 계란을 추가해 볶음밥을 만들었다. 지난주에 만들어둔 유자향 피클을 곁들여 먹었다. 간단한 요리였는데 맛이 있었다. 몸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쉬는 편이 나았을텐데 요리를 하는 동안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해졌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몸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아이를 돌보는 것도 지난주보다 힘들진 않았다.

     

       그 다음날은 아이 이유식 재료를 시키며 볶음용 닭 한마리도 주문했다. 아이가 노는 동안 닭을 삶고 아이가 자는 동안 살을 발라냈다. 저녁에 파를 송송 썰어넣고 닭곰탕을 따뜻하게 먹었다. 그리고 대망의 어제! 냉동실에 있는 것들을 생각하다 지난 추석에 선물받은 보리굴비 생각이 났다. 보리굴비를 한 번도 요리해보지 못해 막내네가 왔을 때 그대로 쪄주었다가 너무 비려 나랑 제부는 손도 대지 않았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비싼 재료인데 요리하는 데에는 그렇지 못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작정을 하고 검색을 했다. 쌀뜨물에 해동을 시킨다. 지느러미를 자르고 비늘을 제거한다. 비늘을 제거할 때 사방으로 튀니 조심할 것.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 뒤 월계수, 생강가루, 녹차잎 등을 넣고 20분 정도 쪄낸다. 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어 숟갈 두르고 바삭하게 구워낸다. 어제! 전혀 비리지 않은 보리굴비를 둘이서 뚝딱했다. 진정 밥도둑이더라. 둘 다 밥을 더 퍼서 먹었다. 오늘은 손님이 온다고 해 김하나 작가님 SNS에서 보았던 파나코타 디저트를 만들어 볼 생각. 우유와 생크림을 같은 비율로 섞어 젤라틴을 넣고 냉장고에 두면 끝이란다. 각기 다른 컵에 만들어 배달음식 먹은 뒤로 달달하게 먹어봐야지. 그러려면 생크림 사러 지금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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