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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 크리스마스
    모퉁이다방 2021. 12. 27. 01:01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를 재우고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평일에 혼자 점심을 먹을 때 배추와 냉동삼겹살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냄비에서 익혔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조금 더 풍성하게 먹어볼 생각으로 이유식에 넣을 소고기를 사러 갔을 때 옆에 있는 야채가게에서 팽이버섯과 느타리버섯, 콩나물을 사왔더랬다. 크기는 작지만 깊이가 있는 후라이팬을 꺼내 물을 약간 붓고 야채와 고기 탑을 쌓기 시작했다. 이쁘게도 아니고 그냥 조금씩 적당히 쌓았다. 배추도 잘라 넣고 냉동삼겹살도 넣고 팽이 버섯과 느타리 버섯도 뜯어 넣었다. 콩나물도 넣고. 중간중간 소금과 후추도 적당히 뿌리고. 뚜껑이 안 닫힐 정도로 높게 쌓아놓고 뚜껑을 얹였다. 마지막에 맛술을 약간 두르고 가스불을 켰다. 약불에 천천히 익혔다. 익는 동안 남편의 소주를 꺼내고 내 사이다도 꺼냈다. 사이다를 따를 컵에 얼음을 가득 채워뒀다. 남편의 알타리와 파김치도 꺼내고 내 동치미 무도 꺼냈다. 소스는 정육점에서 준 참소스. 냄비를 확인해보니 야채 숨이 푹 죽어 붕 떠 있던 뚜껑이 제대로 덮혀 있었다. 뚜껑을 여니 맛있는 냄새가 훅-하고 솟아올랐다. 냄비를 식탁 중간에 두고 오목한 그릇에 각자의 소스를 담고 고기와 야채를 동시에 건져 푹 찍어 먹었다. 조금 심심한데 소스에 찍어먹으니 꽤 맛이 있었다. 손님이 오면 해줘야지, 라고 말하니 남편이 좋다좋아, 라고 했다. 건더기를 다 건져먹고 나니 기름기가 있긴 하지만 맛나 보이는 국물이 남았다. 국수를 넣기엔 양이 적었다. 남겨뒀다 내일 아침에 계란이랑 파 넣고 샤브샤브 죽처럼 만들어 먹자. 따듯하고 아침에 부담없게. 좋다좋아. 그렇게 조용히 크리스마스 밤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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