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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슬란드
    티비를보다 2021. 12. 12. 00:52

     

      아이는 이제 하루에 네번 혹은 다섯번 밥을 먹는다. 밥을 먹으면 트림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깨어난지 두 시간 즈음이 되면 칭얼대기 시작한다. 잠이 오는 것이다. 안방의 범퍼침대로 데려가 눕히고 엉덩이를 토닥여주면 잠에 든다. 눈을 자꾸 비비는데도 자지않고 계속 칭얼거리면 안고 등을 두드려준다. 좀 진정이 되면 소파에 앉아 엉덩이를 토닥여준다. 그러면 얼마 안 가 잠이 든다. 그때부터 한시간 길게는 두시간 동안 자유시간이다. 피곤할 때는 같이 자기도 하는데 그렇게 자버리면 하루 중 내 시간이 없어 아쉽고 아쉬워서 깨어있는 상태로 뭔가를 하려고 한다. 주로 밥을 먹는다. (시간이 아까워 간단히, 아주 빨리 먹는다 ㅠ) 달달한 것과 커피를 동시에 섭취하기도 한다. 책을 몇 자 읽기도 하고, SNS에 아이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티비를 보기도 한다. 

     

      정상훈, 조정석, 정우, 강하늘이 출연하는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은 그 시간에 본 프로그램이다. 소파에 누워 쉬려고 티비를 켰는데 올리브 티비에서 아이슬란드 편 1화를 하고 있었다. 3시에서 4시 사이였다.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간. 마음이 살짝 놓이기 시작하는 시간. 저 멀리 춥디 추운 북유럽에서 펼쳐지는 풍경들을 군포의 작은 아파트에서 보았다. 1화를 보고 난 뒤 다음날 편성표를 확인했다. 그 날도 편성표에 있었다. 그 뒤 오후가 되면 지안이가 시간에 맞춰 잠들길 바랬다. 저 멀리 북유럽으로 잠시 떠날 수 있길 바라며. 어떤 날은 그랬고 어떤 날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본 날도 있고 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볼 수 있는 한 끝까지 봤다. 

     

      네 사람이 오로라를 본 날의 에피소드는 지안이가 자질 않아 보지 못했는데 마지막회까지 보고 영 아쉬웠다. 몇화인지 확인한 뒤 자기 전에 티빙앱에서 그 회를 틀어뒀다. 요즘의 나는 밤에 누우면 바로 골아 떨어지므로 며칠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그리고 그저께 오로라를 드디어 봤다! 신기했다. 네 사람은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빠서, 가난해서 잘 떠나지 못했다고 했다. 피디가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출력해와 보여줬다. 가고 싶은 곳이 있냐고. 멋진 곳들을 다 마다하고 굳이 보고 싶지 않다던 네 사람이 한 사진에만 유독 눈을 반짝였다. 오로라였다. 그렇게 만창일치로 떠나게 된 아이슬란드 여행이었다.

     

      영상을 보며 오로라가 왜 생기는지 이해했다. 텅빈 것 같은 우주에 태양에서 나오는 플라즈마라는 것이 가득 차 있고 지구의 자기장이 이 플라즈마를 막아준다는 것. 이때 미처 튕겨나가지 않은 소량의 플라즈마들이 자기장을 따라서 남극과 북극에 모여들고 대기와 부딪혀 빛이 난다는 것. 우주를 여행하는 지구라는 우주선, 지구호의 보호막이 정상 가동 중임을 알리는 푸른 신호라는 것. 네 사람은 호텔에서 술을 마시다 오로라를 만난다. 밖으로 나가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본 정우가 호텔 안으로 들어와 외친다. 오로라! 밤하늘에 거대한 초록빛 띠가 드리운다. 그 띠가 움직인다. 그리고 흐른다. 우아하게 춤을 춘다. 네 사람은 오로라를 본 뒤 개별 인터뷰에서 똑같이 말한다. 지금 이 친구들과 함께여서 너무 좋았다고. 한국에 있는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들이 생각났다고. 그들과 다시 한번 꼭 보고싶다고. 

     

       7화까지 보면서 매일 추운 아이슬란드를 상상했다. 군포의 작은 아파트에 앉아서. 얼마나 추울지. 얼마나 따뜻할지. 얼마나 아름다울지. 언젠가 나도 오로라를 꼭 보고 싶다. 나도 그 많은 사진 중에서 딱 하나 오로라 사진에서 마음이 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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