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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인초
    모퉁이다방 2021. 12. 9. 17:26

     

      아이는 이제 안다. 힙시트 꺼내는 걸 보면 자기를 안아줄 거라는 걸. 그래서 울다가도 울음을 멈춘다. 그리고 가만히 올려다보며 기다리고 있다. 오늘 그렇게 아이를 안아주려고 힙시트의 허리 부분을 매는데 갑자기 정인이 생각이 났다. 이제 6개월인 아이도 힙시트를 꺼내면 자기를 안아줄 거라는 걸 아는데, 그 아이도 알았겠지. 자기에게 또 나쁜 짓을 할 거라는 걸. 자기를 또 아프게 할 거라는 걸. 그리고 뉴스의 아이들 생각을 하다 눈물이 날 뻔 했다. 대신 아이를 꼬옥 안아줬다. 남편은 며칠 전 티비에서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시작 부분을 보더니 못 보겠다고 했다. 전에 본 안길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영상이 생각나 또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부모가 되어가고 있나보다.

     

      아이는 이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한다. 놀이공간을 확보해줘야 해서 매트 주변에 가드를 설치하고 화분을 창가로 모두 옮겼다. 키가 다른 화분들이 창가에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그 중 제일 키가 큰 화분 여인초의 잎이 옮긴 뒤에 또르르 말리길래 찾아보니 햇빛을 받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가 뜨는 시간에는 스스로 잎을 만단다. 해가 지고 나면 풀고. 식물도 저렇게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그림책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를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꺼냈는데 관심도 없어서 혼자 읽었다. 그러다 또 눈물을 한 바가지. 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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