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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델
    음악을듣다 2021. 12. 3. 15:01

     

      화요일 아홉시. 남편은 아이를 목욕시키고 동네에 사는 후배와 술 한 잔 하겠다고 나갔다. 아이를 재우고 동생이 알려준 공연 시간에 맞춰 티비를 켰다. 배철수와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해 완전히 밤이 찾아온 뒤까지 이어진 공연이었다. 그리피스 천문대를 배경으로 한 일몰 풍경은 아름다웠고 아델의 목소리는 깊었다. 제일 좋았던 곡은 I drink wine. 번역된 가사를 보며 적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일하고 희생 속에 균형을 찾으라 하지. 하지만 진정 만족하며 사는 사람 못 봤어." "날 이겨 내는 법을 배우고 싶어. 다른 누구인 척 그만두고. 서로 대가 없이 사랑할 수 있게. 모두 내게 뭔가를 원하지만 당신은 나만을 원해." "왜 난 어쩌지 못하는 것들에 집착하는 걸까?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인정을 구하는 걸까?" "못 믿겠지만 그댈 위해 울었어. 저 파도 만큼. 그댈 간절히 원하지만 불을 불로 맞설 수 없으니." 인터뷰에서 아델은 말했다. "나는 좌절이 창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아요." "저는 깊은 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현실에서 자신은 그렇게 깊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자신의 노래를 보면 무척 깊이가 있다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던 감정과 생각들을 부르고 있다고. 자신의 어떤 깊은 곳에서 노래가 만들어지고 불러지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모른다고. 만들어진 곡들을 들어보면 어느새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김윤아의 고잉홈이라는 곡을 무척 좋아해 수십 번 들었더랬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나와 그 곡은 무척 개인적인 곡이고 힘든 일을 겪은 동생에게 힘이 되고 싶어 만든 노래라고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노래가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고 했다. 김민철 작가도 책을 쓸 때 매번 이렇게 개인적인 글을 누가 볼까 수십번 생각한다는 글을 보았고. 그러니,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좌절 따위 창피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고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둘러보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다. 내게 창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좌절과 자신의 이야기를 깊게 해 준 사람들. 이제 한 달이 지나면 마흔셋이 된다. 아델은 이제 서른인데, 세상에 나는 마흔 셋이라니. 하나도 둘도 아니고 셋은 완벽한 중년의 느낌이다. 좌절을 창피해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고 깊이 있게- 완벽한 중년이 될 내년의 나의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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