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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다방 2021. 10. 5. 23:32

     

     

      아이가 다시 세네 시간마다 깬다. 이건 신생아 즈음에나 있었던 일인데 (그래봤자 이제 겨우 사개월차) 아홉시나 열시 부근에 자니까 세네 시간마다 깨면 새벽에 두 번을 일어나야 한다는 소리다. 아이를 재우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다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자정이 되기 전에 침대에 눕는데 잠든지 한 시간도 안돼 아이가 울기 시작하는 거다. 나는 아침잠 없는 사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었다(과거형). SBS 아침뉴스 1부 시작할 즈음에 자동기상하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3부 끝날 때까지도 정신을 못 차린다. 며칠 전 새벽에는 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어 둘다 깨어있었다. 수유를 시작했고 남편은 이렇게는 안되겠다며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 끝에 찾은 것은 어떤 해결책이 아니라 4개월차 아이들의 원더윅스였다.

     

      그 밤에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아이는 4개월차가 되면서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뒤집기를 할 수 있게 되고 손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폭풍 성장을 하며 독립적인 자기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엄마랑 연결된 자신이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서의 자신을. 세상에 덩그러니 나와있는 자신을. 갑자기 무서워진단다. 그래서 엄마가 눈앞에서 없어지면 울고 엄마 품에 좀더 안겨있고 싶고 새벽에도 엄마 젖을 더 먹고싶어진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왜 이리 안 자냐고 푸념을 하던 초보 엄마아빠는 급반성모드에 들어갔다. 우리 지안이가 무서웠구나. 엄마아빠가 몰랐구나. 이제 더 많이 안아줄게. 밥 많이 먹어, 우리 아가. (하지만 다음날 새벽에 어김없이 두 번을 깨고 금방 다시 푸념모드로 돌아갔다. 흑흑- 인간이여.)

     

      아이가 어제는 새벽 4시까지 한번도 깨지 않고 잤다. 사실 나는 2시쯤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 잠이 깼는데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볼일을 보고 돌아와 남편을 깨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혹여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리에 애가 깰까봐 그냥 잤다. 새벽 4시에 먼저 깬 남편은 흥분상태로 말했다. "혹시 중간에 지안이 깼어!? 아니야!? 지금 몇 신줄 알아!? 무려 4시라고!!" 나는 중간에 나만 깬 이야기를 하고팠는데 너무 졸려 수유하지 말고 좀더 재우달라 부탁하고 다시 잠들었다. 여섯시간을 연이어 자니 살 것 같았다. 주말에는 막내동생네가 왔는데 집에 있는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오늘아침, 막내가 가져온 베이글, 치즈, 잠봉햄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먹고 소윤이가 선물해준 어머니 머그컵을 찬장 깊숙한 데서 꺼냈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아이는 아침 수유 뒤 잠시 놀다 자기 시작했다. 아, 좋구나. 오래오래 자거라. 책도 읽었다. 이런 문장들이 있었다.

     

    - (...) 자정 넘은 시각, 눈이 쌓이고 집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취했고 춥고 내일은 지각을 할 거 같고 여전히 일이 많고 여전히 하기 싫지만 참 즐거운 밤이었다. - 139쪽

     

    - (...) 그럴 줄 알았지만 공동 거주는 참 즐거웠다. 회사가 중심이 되는 삶에서 집이 중심이 되는 삶으로 내 중심이 옮겨지는 것이 좋았다. 퇴근하면 씻고 이거 저거 좀 보다가 자는 집의 생활에서 퇴근 뒤에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 좋았다. 요리도, 대화도, 뜨개질도, 음주도, 무엇이라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 140쪽

     

      오늘밤도 기대해봐도 될까. 앞으로 2시간 남았다! 얼른 누워야지. 요즘 아이는 귀를 만진다. 한 쪽 손을 옆으로 뻗어 자기 귀를 만진다. 처음엔 엄정화 몰라 포즈여서 어디가 아픈가 생각했는데 유심히 들여다보니 자신의 귀를 만지는 거였다. 손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몸 이곳저곳을 탐색하다 귀까지 간 것이다. 엇 여기 뭔가 튀어나온 게 있는데. 말랑말랑하고. 이게 뭐지? 신기해하면서 계속 만져보는 것 같다. 귀여운 녀석. 계속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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