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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모퉁이다방 2021. 9. 2. 12:51

     

     

      어제는 동생이 회사창립기념일이라 오전 근무만 한다고 오후에 놀러왔다. 서울 동쪽에서 경기도 아래쪽으로 오는 거니 거리가 꽤 되는데도 와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요즘엔 누가 와주면 그렇게 고맙다. 이번주에 지안이가 지금까지 나름 규칙적이었던 흐름을 깨고 자주 울고 계속 안고 걸어달라고 해 힘들었는데 잠시라도 놀아주고 나와 말상대 해 줄 사람이 와준 것이다. 남편은 부랴부랴 육아책을 찾아봤는데 지금이 새로운 도약의 시기란다. 약 2주동안 지금까지와 달리 신생아 시기로 돌아간 것처럼 아이가 변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성장의 과정이라고 되어 있었다. 다행이긴 한데 또 힘들기도 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2주니까. 새벽에 어김없이 한번씩 깨서 다시 잠들지 않고 울어댄다. 남편은 다시 아이를 데리고 거실 소파로 나가 안고 재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편하게 자는데 남편의 수면의 질이 말이 아니다.

     

      친구는 지난 주말에 와 지안이를 안아줬다. 졸려하자 안고 자장가를 불러줬는데 친구의 아들이 어, 그건 내 자장간데, 라고 했다. 찬이야 좋다, '내' 자장가라는 말. 들어보니 우리가 알고 있던 자장가와 달리 경쾌한 리듬의 곡이었다. 친구는 사진관에서 50일인가 100일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줬는데 거기에 있던 노래라고 했다. 음원으로 발매는 안 된 것 같다고. 한 블로그에 영상이 있었다. 가사가 참 좋았다. 친구들아 친구들아 우리 아가 코코자게 너희들도 이제 그만 코코자장하거라. 곰돌이 친구들도 토끼 친구들도 코끼리 기린 개구리 사자도. 밤하늘의 별들과 얘기도 하고 저 하늘의 구름 타고 훨훨 날아도 보렴. 아가아가 우리 아가. 예쁜 아가 우리 금동. 이제 그만 코코자장 코코자장하거라. 얼른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다. 친구랑 예전처럼 둘이서만 만나 허물없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끝도 없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친구가 만삭일 때 하루 날 잡아서 호텔에서 자고 오자고 했는데 그걸 못해 못내 아쉽다. 뒤돌아 보니 다시 못 올 시간이네. 

     

      동생은 전화영어 때문에 남편이 오자마자 집에 갔다. 오늘이 금요일이면 좋았을텐데 이틀이나 회사를 더 나가야 해, 라며. 동생은 지안이를 안아준다고 오자마자 내 잠옷으로 갈아 입었는데 잠시 입은 그 옷을 빨래통에 넣어뒀더라. 동생은 기억 안 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동생이 와서 자기가 하루 입은 옷을 내가 빨래통에 바로 넣길래 좀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같이 살 때는 입던 옷 또 입고 또 입고 했는데 한번 입은 옷을 빨래통에 바로 가져다 놓는 내 모습이 좀 멀게 느껴졌나보다. 어제는 동생이 그러길래 내가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따로 산지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예전에 이사하기 전 동생이 혼자 살 모습을 상상하며 펑펑 울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이 마음이 허해지더라. 형부가 역까지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꼰대말 안했냐고, 잘 도착했냐는 내 메시지에 지하철이 시끄러워 부러 신용산역에서 내려 걸으면서 전화영어를 했다는 씩씩한 답이 왔다. 동생은 아마 집에 가 씻고 친구와 통화를 하고 유투브를 보다 일찍 잠들었을 거다. 나는 남편과 저녁밥을 먹고 잠시 침대에 누워 짧은 잠을 자고 지안이를 씻기고 재우고 거실에서 혼자 티비를 조금 보다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남편과 달리 잠이 쉽게 오지 않아 좀 뒤척이다 잤다. 마음이 허하지 않게 책을 열심히 읽어야지. 아무래도 헤드랜턴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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