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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지개
    모퉁이다방 2021. 7. 20. 10:31

     

      창밖이 뿌예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두 차례. 어제 오후의 일이다. 막 쏟아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환해졌다. 지금 나가서 동네 한바퀴를 산책하면 얼마나 좋을까. 비가 내려 공기는 서늘하거나 시원할테고 풀들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을 거고 하늘도 깨끗할테고 초여름같은 선선한 바람이 살짝 불 수도 있을텐데. 책을 가지고 나가 걷다가 커피집이나 빵집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을테고 일찍 문을 연 술집이나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나 맥주 한 캔을 야외 테라스에서 의자 물기만 살짝 털어내고 마실 수 있을텐데. 돌아오는 길에 궁금했던 동네 작은 책방에 들러 책을 한 권 살 수 있을테고 좋아하는 꽃집에 들러 작은 꽃 한다발을 사가지고 올 수도 있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역류방지쿠션에 올려놓은 지안이가 창밖을 지그시 올려다보고 있다. 지안이는 매일매일 창밖을 보거나 무얼 보는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데, 어제는 그 시선을 따라가게 되더라. 지안아, 뭐 보고 있어? 뭐가 있어? 하는데 하늘에 길다란 무지개가 떠 있었다. 와 지안아, 무지개다. 지안이 덕분에 엄마가 놓치지 않고 무지개를 보네. 무지개를 가늘었지만 높고 길었다. 둘이서 비 개인 하늘을 한참을 올려다봤다. 어제는 아이의 50일이었다. 무지개 사진을 찍어 가족단톡방에 보냈더니 극성팬 1호인 엄마는 무지개도 지안이 50일을 축하해주네,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는 늦여름이 되면 둘이서 유모차를 타고서 산책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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