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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톱
    모퉁이다방 2021. 7. 6. 05:27

     

       이번주 목요일이면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도움도 끝난다. 처음 이모님이 오셨을 때 모든 게 서툴었고 3주 뒤에 혼자서 어찌하나 싶었는데 걱정할 때마다 이모님이 응원해주셨다. 산모님, 다 하실 수 있어요. 분명 다음주가 다르고 다다음주가 다를 거예요. 정말이었다. 1주차가 다르고, 2주차가 달랐다. 그리고 지금 3주차. 낮시간 동안 혼자서 할 수 있을 거라는 조금의 자신감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고 있다. 지안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매일 얼굴이 변하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3.04키로로 태어난 아기가 영유아1차검진 때 벌써 4.4키로. 또래보다 약간 빠르게 건강하게 성장 중이라고 했다. 

     

       막막하고 아득한 순간들이 있었다. 모유수유를 하러 처음으로 병원 수유실에 갔을 때. 수유 하는 방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름이 뭐냐고 묻더니 신생아실에서 아가를 데려왔다. 순식간에 작디 작은 아가가 내 품에 안겨졌다. 작은 입을 가슴 쪽에 가져다대니 빠는 듯 마는 듯 서로 어색하게 품에 안겨 있던 순간. 바로 옆의 엄마는 어찌나 잘하던지. 나중에는 수유하길 포기하고 남은 시간동안 아기 얼굴을 요리저리 바라봤었다. 그리고 남편이 가고 조리원에 혼자 남게 된 순간. 이제 나혼자서 두 주동안 해내야한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던 밤이었다. 사실 조리원은 천국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여러 통증 때문에 잠 못 들던 밤들. 고작 한 달 지났는데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오늘은 이모님과 아기의 손톱을 처음 잘랐다. 아기 손톱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러웠다. 이모님이 손수건을 동그랗게 말아 아기 손에 넣은 채 잡아주셨고 나는 아기 손톱용 작은 가위를 꺼냈다. 아기는 자고 있었다. 그냥 일자로 살에만 안 닿게 살짝 잘라주면 되요. 혹여나 살을 자르게 될까 자세를 여러 번 바꾸고 조심스레 가위질을 했다. 얇고 여린 것이 쓱 하고 잘려나와 바닥에 톡 하고 떨어졌다. 와, 생각보다 굉장히 부드럽네요. 지금 나는 온통 처음인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첫 모유수유, 첫 분유타기, 첫 기저귀갈기, 첫 똥 씻어내기, 첫 배냇저고리, 첫 바디수트, 첫 예방접종, 첫 목욕, 첫 유산균 먹이기, 첫 콧속 청소, 첫 손톱깍기.

     

       이제는 모유수유에 아기도 나도 엄청 익숙해져서 둘 다 왠만하게 한 방에 딱하고 합체를 한다. 조리원에서는 매일 아침에 목욕을 시키고 아기를 방에 데려다줬다. 선생님들은 목욕하고 목 마를 때니까 엄마 젖 많이 먹고 와, 라며 아기를 수유쿠션에 눕혀 주셨다. 그러면 아가는 조금은 상쾌해진 표정으로 엄마인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앞에 있는 나를 바라보다가 뭔가 자세가 잡히면 아기새처럼 작은 입을 쩍쩍 벌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여전히 어려웠던 모유수유를 열심히 해보려고 애를 썼었다.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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