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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각과 오산
    모퉁이다방 2021. 7. 2. 15:06

     


      이천이십일년 오월 마지막 날에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수술 두 시간 전에 병원에 갔고, 진료실에서 마지막 진료를 봤다. 분만실 침대에 누워 대기하고 있다 시간이 되자 수술실에 걸어 들어갔다. 수술대에 누워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했더니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와 걱정말라고 손을 잡아 주셨다. 마취가 시작되었다. 아기가 나올 때까지 하반신 마취만 하는 줄 알았는데 물어볼 새도 없이 수면마취가 시작됐다. 눈을 떠보니 숨이 막혔다. 옆에 남편이 있어 여기가 어딘지 지금이 언제인지도 모른채 숨 막혀, 라고 말했다. 남편이 간호사를 불렀고 간호사가 호흡기를 떼어주고 마스크를 벗겨줬다. 수술이 끝났다고 했다. 회복실에 온지 몇시간이 지났다고. 아기는 잘 태어났다. 남편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동영상에서 간호사가 두꺼운 요를 감싼 아가를 데려왔고 아가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나올 때 양수를 조금 먹었는데 괜찮다고 했다. 동영상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감격이나 뭉클 이런 격한 감정보다는 뭔가 내 인생에 정말 큰 일이 벌어졌구나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남산만 했던 배가 푹 꺼져 있었다. (나중에 다시 나왔다. 하하) 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면 병실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말에 열심히 다리를 움직였다. 병실에 옮겨다 준 회복실 간호사들이 회복이 무척 빠르다고 했다. (무통 떼자마자 고통이 시작되었다 -_-)

      병원에서 보낸 4박 5일 동안 남편이 수발을 열심히 들어주었다. (수발의 사전적 뜻을 찾아봤다. 신변 가까이에서 여러 가지 시중을 듦.) 출산 뒤 나오는 오로 때문에 기저귀 패드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열심히 갈아주고 닦...(고맙습니다)아 주었다. 이틀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배가 고픈 것보다 목이 무척 말랐다. 물을 마셔도 된다고 했을 때 세상에 물이 이렇게 맛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맛나게 미지근한 생수 한 통을 빨대로 꿀꺽꿀걱 마셨다. 누워 있는 동안 남편은 혼자 하루에 두 번 면회시간에 탕이를 보러갔다.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왔는데 매번 자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는 함께 보러 갔는데 그때도 매번 자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참 순하구나, 생각했다. 퇴원수속을 하는 동시에 알게 되었다. 그건 착각과 오산이었다고. 하하. 탕이의 이름은 지안이가 되었다. 지혜롭고 편안한 사람.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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