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짱

from 모퉁이다방 2020. 10. 9. 05:26

 

    하얀색 페코짱 일러스트 에코백을 메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 할머니를 봤다. 에코백도, 할머니도 무척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이었는데 왠지 힘이 났다. 나도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에코백을 메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주에는 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내 오래 마시고 있다.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마셨던 차라는데, 붉은 덤불이라는 뜻이란다. 면역력에 좋다고. 텀블러에 담아 놓고 뜨거운 온기를 느끼며 호로록 한 모금씩 마시면 마음이 안정이 된다. 차는 정말 커피와 다른 것 같다. 커피도 좋지만 차도 좋다. 다 쓴 길쭉한 토마토 소스 병을 잘 씻어 말린 뒤 티백 하나를 넣고 냉장고에 냉침도 해두었다. 오래전 읽은 책들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데 어디 메모를 남겨두지 않으니 느낌들이 잘 기억나질 않는다. 이번 달 시옷의 책이 몇 달 전 좋게 읽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인데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잠들기 전에 한 챕터씩. 이번엔 꼭 기록을 남겨야지. 문득, 가을이다. 연휴 첫날 가만히 밖을 내다보니 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고 공기도 좋다. 오늘 아침에는 식물들 흙을 체크하고 바싹 마른 아이들에게 물을 듬뿍 주었다. 시원하라고 잎들도 분무해주었다. 얼마 전에 <나의 아저씨>를 다시 봤는데 눈물나는 대사가 있어 그건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해두었다.

 

- 우리도 아가씨 같은 이십대가 있었어요. 이렇게 나이들 생각하니까 끔찍하죠?

- 전 빨리 그 나이 됐음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거잖아요.

- 감사합니다.

- 생각해보니 그렇다. 어려서도 인생이 안 아프진 않았어.

 

   안 아프진 않았다.

 

 

  

  1. 2020.10.12 17: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