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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셋요트투어
    여행을가다 2020. 8. 26. 19:12

     
       가이드북을 보니 오래된 마을이 있었다. 마을 곳곳에 컬러풀한 색감을 한 장소들이 있어 걷는 재미도 있고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온단다. 오늘은 이곳으로 결정했다. 처음으로 조식을 챙겨먹었다. 수영장을 내려다보기만 했는데 곁에 두고 아침을 먹었다. 좋아하는 계란요리, 우유, 요거트, 빵을 든든히 챙겨먹었다. 씻고 단장을 하고 차를 탔다. 네비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출발. 오늘은 싸우지 말자 다짐했다. 보조석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대박. 혹시나 싶어 남편에게 말은 하지 않고 어제 놓친 요트투어 업체에 글을 남겼는데 오늘 오면 투어를 할 수 있다고 원하면 회신을 달라는 답변이 왔다. 그럼요, 그게 얼마짜리 투어인데요. 우리는 당장 일정을 바꿨다. 빠르고도 친절한 답변이 왔다. 시간을 보니 바로 출발지로 가면 딱 되었다. 이것으로 오늘은 절대 네버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달려가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제의 일을 다시 한번 사과하고 오늘의 일을 끝없이 칭찬했으니.

        어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헤매지 않고 출발지에 도착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요트용 선글라스도 구입했다. 기다리고 있으니 스텝이 우리쪽으로 왔고 이름을 확인해줬다. 앱에 가입한 그대로 한글로 명단이 올라가서 스텝이 단번에 우리를 알아봤다.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라. 어떻게 읽는 거냐며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넸다. 신발과 가방은 따로 보관한다며 가져갔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모래사장에 맨발로 한참을 서 있었는데도 마냥 즐거웠다. 어제 놓쳤던 요트를 탄다구. 발이 너무 뜨거워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바닷물에 발을 담궜다. 오늘은 요트 위에서 해지는 걸 본다구.

        승객은 스무명 남짓. 요트에 타자 주의사항과 배 위에서의 일정을 설명한 뒤 출발했다. 바다를 잘 보기 위해 갑판 위로 나왔다. 출렁이기 시작하는 배 위에서 중심을 잡느라 섰다 앉았다 줄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잠시 뒤 음료가 준비되었다고 해 생맥주와 화이트와인을 받아 다시 올라왔다. 갑판 위에서 건배를 했다. 한 모금 마신 뒤 눈 앞의 바다를 바라봤다. 배의 속도만큼 세진 바닷바람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고, 몇몇 사람들이 흥겨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이걸 해보지 못하고 마우이를 떠날 뻔 했다구-

        이 투어는 선셋요트투어. 그러니까 하이라이트인 해가 지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술과 음료를 제공했다. 처음엔 함께 할 수 있는 간식을 줬고, 나중에는 배를 든든하게 채울 저녁을 줬다. 그러는 동안 출렁거리는 배의 리듬에 몸도 마음도 적응 되어 갔다. 남편은 운전해야 해서 맥주 한 잔만 마시고, 나는 이 흥겨운 배의 리듬에 부흥하기 위해 계속 잔을 리필해가며 마셨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 바다 너머로 해가 늬엿늬엿 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갑판 위로 올라왔고 카메라를 들었다. 음악은 부드럽고 로맨틱한 음악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전까지는 각자의 일행들끼리 시간을 보냈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옆에 서 있는 낯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미소와 감탄사를 공유하고 어디에서 왔냐고 묻기 시작했다. 갑판 위 모든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우리도 웃었다. 아주 행복하게. 이건 직접 해 본 사람들만이 얼마나 근사한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특히 우리같이 바보같이 놓치고 깜짝선물 받은 것마냥 마지막 승차한 사람에게 더더욱 그렇다고, 무척 좋았다고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배에서 내릴 때까지 맨발이었다. 해가 져 조금 차가워진 바닷물에 발을 내딛으니 두 시간 남짓 배에 익숙했던 몸이 기우뚱했다. 그 느낌도 좋더라. 바로 해변을 떠나버리긴 아쉬워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모래사장에 앉아 좀더 머물렀다. 해변에 서서히 어둠이 물들고 해변가에 자리한 음식점 여기저기 음악이 울려퍼졌다.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의 행복감이 마구마구 느껴졌다. 이제 돌아가자. 남편이 말했고 어둠이 완전히 내려 깜깜해진 길을, 그러니까 어제는 싸워서 잔뜩 뿔이 난 상태로 갔던 그 길을, 오늘은 기분 좋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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