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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디악 - 평범한 그 사람
    극장에가다 2007. 8. 14. 02:11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 보고 싶어서 혼났었는데, 시사회에 당첨이 됐다.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조디악>. 기대만큼은 아니였지만 괜찮았다. 영화보고 기사들 찾아보니깐 데이빗 핀처 감독 스타일이 변했는데 괜찮더라는 내용들이 많더라. 확실히 내가 본 그의 전작 <쎄븐>과 <패닉룸>와는 다르다. 전작들이 뛰어가는 느낌이라면, <조디악>은 걸어가는 느낌이다. 가는 길이 멀고 끝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걸어가는 그런 길의 느낌이다. 대체적이고 차분하다. 물론 연쇄살인이라는 사건 자체가 차분할 수는 없는 종류이긴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영화화했는데, <쎄븐>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고 한다. 자신을 조디악이라고 밝히며 살인을 저지른 후 신문사와 경찰에 자세한 범행에 대해서 편지를 보낸다. 자신은 조디악이며, 이 살인은 계속 될 거고, 남녀노소 누구든 범행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당신들은 나를 결코 잡을 수 없을거라면서.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로버트 다우어 주니어, 마크 버팔로, 제이크 질렌할까지. 제이크 질렌할은 정말 점점 다음 연기가 기대된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도 너무나 훌륭했었는데. :)

       그리고 전작과는 다른 감독의 차분하고 묵직한 연출 스타일은 아마도 이 사건이 실화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제이크 질렌할의 인터뷰를 보니까 실제로 핀처 감독이 어릴 때 스쿨버스를 따라오는 경찰차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디악의 기억과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영화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가고자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경찰서에 쌓여진 조디악의 수많은 자료들을 훓어나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영화는 중간에 살짝 지루해기도 한다. 가끔씩 등장하는 끔찍하고 무자비한 조디악의 살인 장면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긴 하지만, 시간이 계속 흐름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중반부. 목적지는 있는데 중간에 길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자꾸만 시간은 흐른다. 영화 속 인물들도 지치고, 보는 관객들도 지친다. 그러다 제이크 질렌할이 꼭 조디악이 누군지 알아야겠다며 혼자서 사건을 파헤쳐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또다시 영화는 흥미진진해진다.  

       결국 미해결로 영화도 현실에서의 사건도 끝나는 것, 마지막 제이크 질렌할이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를 가만히 쳐다볼 때 흠칫하는 것 같은 용의자의 표정 같은 요소요소들은 정말 <살인의 추억>과 많이 닮아있다. 범인의 인상착의를 말하는 아이들이 그냥 평범해요,라고 말하는 것도.

       정말 평범하게 생긴 사람. 살인을 하면 두통이 없어진다는 사람. 죽으면 저세상에서 내가 죽인 사람들을 하인으로 부리고 살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평범하다,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평범하게 생긴 것.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 그와 나는 뭐가 다른걸까? 나도 그와 같은걸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사람들을 죽이게끔 만드는 걸까? 극장을 나서면서 궁금해졌다. 영화 속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조디악을 연기한 배우는 누굴까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그 배우가 역시 조디악을 연기했을까? 아니면 아예 다른 어떤 배우가 연기했을까? 크레딧을 끝까지 보고 나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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