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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롭게
    음악을듣다 2018. 12. 10. 21:38



       동생이 닭가슴살을 한봉지 사가지고 와서 내일 닭곰탕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갈까 한다. 냄비 가득 물을 담고 닭가슴살 세 덩이를 넣었다. 자그마한 마늘도 꼭지를 따고 열 개 남짓 넣었다. 팔팔 끓다가 탁한 거품이 보글보글 생기길래 숟가락으로 걷어줬다. 가슴살 만으로 국물맛이 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치킨파우더를 크게 퍼서 한 숟가락 넣어줬다. 마침 쪽파 사놓은 게 있다. 내일 아침에 끓일 때 넣으려고 송송 썰어두었다. 닭가슴살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고 잠시 건져뒀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적당히 식은 살을 먹기 좋게 찢고, 조금 더 국물을 졸여야지. 밥솥이 고장이 나서 고민 중이다. 아주 작은 밥솥을 살지 냄비밥이나 햇반으로 연명해볼지. 


       곽진언의 노래를 듣다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해제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대단한 가사 아닌데 그렇다. <자랑>의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만나서 나의 슬픔을 알기 때문이야' 뒤에 이어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같은 가사. 그리고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 이런 가사. 요즘은 신곡 '자유롭게'를 듣고 있는데, 멜론에 이런 기능이 생겼네. 나의 감상 이력. 이 곡을 처음 들은 날은 2018년 11월 27일. 총 감상 횟수는 17회. 나는 이 가사가 참 좋다. '나도 참 멍청하지. 너의 모든 걸 알고 싶어. 나도 참 염치 없지. 너의 전부가 되고 싶어.' 너무나 사랑하니 당연하게 모든 걸 알고 싶고, 전부가 되고 싶다는 사람이 아니라, 참 멍청하고 참 염치없게도 너의 모든 걸 알고 싶고, 너의 전부가 되고 싶다고 노래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부르는 노래. '알잖아. 나는 언제나 네 편인걸. 그러니 자유롭게 네가 되고 싶던 모습이 되면 돼. 천천히.' 이 가사도 말할 것도 없고. 이 사람이 하고 있을, 혹은 했을 사랑이 얼마나 짙고 깊을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제 닭가슴살을 찢어야지.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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